인도네시아 석달만에 또 참사 관광객-주민들 무방비로 당해… 구조 본격화되면 희생자 크게 늘듯 한국 관광객 7명 안전지대 대피… 화산분화 해저산사태가 원인인듯
처참하게 파괴된 주택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인 23일 인도네시아 판데글랑 카리타 지역의 한 주택이 형체를 알기 어려울 만큼 무너져 내려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집 주변에 내부 집기와 건물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번 쓰나미는 순다 해협 화산섬의 분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쓰나미는 강진 뒤 몰려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지 않아 사전 경보도 없었다. 판데글랑=AP 뉴시스
23일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 27분경 최고 3m 높이의 쓰나미가 자바섬의 반텐주 판데글랑과 세랑 지역 해변을 덮쳤다. 쓰나미는 내륙으로 밀어닥쳤고 놀란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고지대로 급히 대피했다. 한국시간 오후 10시 반 현재 최소 222명이 숨지고 843명이 부상했다. 실종자도 28명에 이른다. 재난당국은 또 다른 쓰나미가 올 수 있다며 해안가에 머물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순다 해협에 있는 작은 화산섬인 아낙크라카타우의 분화가 쓰나미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카타우의 자식’이라는 뜻의 아낙크라카타우는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킨 뒤 새로 생겨난 작은 화산섬이다. 당시 화산 폭발로 41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고 섬 전체가 거의 사라졌다.
기상당국에 따르면 아낙크라카타우는 22일 오후 9시 3분 분화했고, 이로부터 24분 뒤 쓰나미가 해변으로 밀려들었다. 인도네시아 기상당국은 아낙크라카타우 분화로 발생한 해저 산사태가 쓰나미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만조로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라 쓰나미가 더 위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잦다. 2004년에는 수마트라섬 연안에서 규모 9.1의 대지진과 대형 쓰나미가 일어나 인도네시아에서만 12만 명을 비롯해 23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석 달 전인 9월에는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술라웨시섬을 강타해 2500여 명이 숨졌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