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부처 예산안 시한내 처리못해 민주당, 펜스 절충안 수용 거부… “장벽 예산 하원 통과 못할 것”
미국 연방정부가 22일 0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15개 부처 중 국토안보부, 국무부 등 9개 부처 예산안이 시한(21일)까지 의회에서 가결되지 못한 탓이다. 1월 20∼22일 사흘간, 2월 9일 반나절간의 셧다운 이후 올해 들어 3번째다. 1976년 첫 셧다운부터 헤아리면 20번째. 한 해 3번 셧다운은 1977년(지미 카터 행정부) 이후 41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미 “불법 이민자 차단용 국경장벽 건설비용 50억 달러(약 5조6220억 원)를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공언했다. 예고된 셧다운인 셈이다.
셧다운 돌입과 동시에 연방정부 기관의 4분의 1이 문을 닫았지만 24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연방 공휴일이고 이어 크리스마스(25일) 휴일이어서 눈에 띄는 충격은 없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고요한(tranquil) 셧다운”이라며 “의원들은 21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내년 예산안의 75%가 이미 통과된 까닭에 거기 포함된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의 소관 업무에는 셧다운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25% 예산안이 적용되는 출입국 관리, 소방 등과 관련된 기관 공무원 42만여 명은 셧다운 종료 시까지 급여 없이 근무해야 한다. 이외에도 필수불가결한 업무 영역 밖의 공무원 38만여 명은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간다. 이들 공무원 80여만 명은 이번 셧다운의 직접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없다. (국경)방어막을 위한 (의회)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일부 여당 의원마저 비판에 나섰다. 공화당 라이언 코스텔로 하원의원은 22일 CNN에 출연해 “셧다운으로 민주당이 굴복하리라 기대하는 건 ‘유아적 논리(toddler logic)’”라고 꼬집었다.
이번 셧다운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음 선거가 2년 남은 지금 셧다운은 ‘좋은 도박(good gamble)’일 수 있다”고 평했다. ‘국민 43%가 국경장벽을 찬성한다’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지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