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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용균이다” 청와대로 추모행진

입력 | 2018-12-24 03:00:00

태안火電 사망 20대 비정규직 추모… 文대통령 면담 요구하며 靑앞 집회
시민단체, 서부발전 사장 경찰 고발




“내가 김용균이다.”

22일 오후 7시경,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따라 고 김용균 씨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 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김 씨 모습의 조형물이 행렬의 맨 앞에 섰다. 김 씨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흰 소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뒤를 따랐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상진 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사기 정부가 아니라면 당장 나와서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와 눈물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100인 대표단’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참담하게 노동자가 죽어도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이동해 오후 5시부터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를 진행했다. 추모제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모였다. 무대에 오른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에게 불러줬던 자장가를 부른 뒤 “지금도 잠을 자던 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의 아버지 김해기 씨도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원청 책임자들과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정부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 40분경 추모제를 마치고 다시 청와대 사랑채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 줄을 설치하고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근조 리본을 묶은 뒤 해산했다.

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사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사장을 살인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서부발전은 비용 3억 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 개선 요구를 묵살했고, 이렇게 방치된 장비가 결국 김 씨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