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3>LG 만난 마곡지구 상전벽해
《 비나 눈이 오면 사람이 걸어 다닐 수조차 없었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가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LG그룹의 융·복합 연구개발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에는 2020년까지 연구개발(R&D) 인력 2만2000명이 대거 이주한다. LG그룹은 외부 스타트업체에도 문을 열어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상전벽해하고 있는 마곡지구의 현장을 취재했다. 》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로 LG그룹의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LG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LG전자와 디스플레이, 화학 등 8개 계열사 R&D 인력을 LG사이언스파크로 모으고 있다. 2020년까지 R&D인력 이주가 완료되면 총 2만2000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게 된다. LG그룹 제공
서울 시내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이던 마곡이 ‘상전벽해’의 탈바꿈을 한 건 지난해 10월 LG그룹 연구개발(R&D) 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로 직원 1만7000명이 동시에 입주하면서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8개 계열사 연구 인력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다. 2020년까지 5000여 명이 추가로 입주하면 LG그룹 전체 R&D 인력의 3분의 2가 마곡에 모여 일하게 된다.
○ 논밭을 R&D 거점으로
역 주변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신축 건물들마다 사무실 및 상가 분양 소식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들이 걸려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몰려나온 직장인들에게 부동산 투자업체 직원들은 상가투자를 권유하는 유인물을 앞다퉈 나눠주고 있었다. 전형적인 ‘신도시’의 풍경이었다.
마곡 산업단지의 개발 역사는 2005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마곡을 정보기술(IT)·생명공학(BT)·나노공학(NT) 등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R&D 시티(MRC)’로 조성하는 계획을 내놓고 야심 차게 추진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동산 경기를 덮치면서 마곡지구는 2009년 9월에야 첫 삽을 떴다.
미궁에 빠진 마곡은 LG그룹이 2012년 마곡 R&D 시티의 구원 투수로 나서면서 실마리를 풀었다. 고 구본무 LG 회장이 우수한 연구 인력이 한자리에 모여 융·복합 연구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던 중 마침 마곡산단 개발소식을 접한 것. 이호영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전체 산단의 24.3%에 해당하는 5만3000평 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총 4조 원이 투입된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 m²(약 5만3500평) 부지에 8개 계열사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연면적(111만 m²·약 33만7000평) 기준 서울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곳에선 그룹의 주력 사업인 전자, 화학 분야를 토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부품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차세대 소재·부품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계열사 간 융·복합 연구가 가능하도록 첨단 장비와 연구실을 한곳에 갖춘 공동실험센터와 소속사에 관계없이 융·복합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통합지원센터 등도 들어서있다.
○ 주민 삶의 질도 업그레이드
올 10월에는 공원과 식물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보태닉공원’ 형태의 ‘서울식물원’도 개장했다. 식물원 옆에는 LG가 자사 연구원들과 해외 바이어들의 출장을 지원하기 위해 메리어트호텔과 손잡고 만든 비즈니스호텔도 문을 열었다. LG그룹은 현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LG아트센터도 마곡으로 옮겨 강서구의 문화거점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LG아트센터는 지하 3층, 지상 4층에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공연이 가능한 1만5000석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다. 주민 권승자 씨는 “LG사이언스파크에 이어 서울식물원까지 생기면서 새로운 상가와 식당도 많이 들어서고 동네 전반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고 했다.
대표적인 낙후 지역에서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동네가 탈바꿈하면서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강서구 인구는 지난해 6월 기준 60만 명을 돌파했다. 1977년 35만 명 수준에서 40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 60만 명을 넘긴 곳은 송파구(약 66만 명)에 이어 두 번째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