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정 유급휴일 포함 논란]24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촉각
정부는 23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 장관들 간 비공식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앞으로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하는 반면 뒤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법을 개정하려 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시행령 바꾸면 시간당 임금 1만 원 선 돌파
이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46만 원을 받는 근로자는 월 188만7000원으로 임금이 올라야 시간당 임금이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맞출 수 있다. 이 월급(188만7000원)을 월 174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은 1만845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7530원과 비교한 인상률은 44%에 이른다.
주당 유급휴일로 이틀 치인 16시간까지 인정하는 기업은 같은 기준으로 계산할 때 시간당 임금이 1만1661원에 이른다.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해 인상률이 55%까지 치솟는다. 주당 유급휴일을 하루 치(8시간)만 인정해도 시간당 임금은 1만30원으로 인상률은 33%다. 내년도 최저임금 실제 인상률은 10.9%지만 정책 변화로 인한 인상분까지 더한 실질적인 인상률은 그보다 높다.
○ 모호한 최저임금법 산정 기준 혼란 가중
정부가 이처럼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은 현재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법에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부는 시행령이 개정돼도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도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행정해석을 통해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있고, 최저임금 월급 역시 주휴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고시하고 있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법원 판례도 (시행령을)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부가 절차 무시” 비판… 뒤늦게 수정 논의
하지만 야권과 경영계에서는 시행령을 통해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정하면 앞으로도 정부 입맛대로 변경할 수 있어 최저임금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 정부가 함께 결정하도록 돼 있는 최저임금 산정 절차의 취지를 정부가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노조가 노사 합의에서 유급휴일을 더 많이 인정해 달라고 주장해 관철되면 그만큼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셈”이라며 기업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기준도 서로 달라져 혼란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기재부와 산업부는 최근 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시간으로 예정된 회의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걸 보면 격론이 벌어진 것 같다”며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 직후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