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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용병들이 DMZ 지하에서 펼치는 생존게임

입력 | 2018-12-24 03:00:00

김병우 감독의 ‘PMC: 더 벙커’
철저한 1인칭, 실시간 전개…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듯한 착각




전투 게임을 하듯 생생한 영화 ‘PMC: 더 벙커’의 전투 장면. 김병우 감독은 “게임을 좋아한다. 최근 닌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하다 엔딩에서 울 뻔했다”고 털어놨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직선 그래프로 그리고, 배경인 지하 벙커는 레고로 모델을 만들었다. 시나리오 책 마지막 페이지의 너덜너덜한 그래프는 러닝타임별 주인공 에이헵(하정우)의 감정을 레벨 0부터 7까지 추적한다. 지하 벙커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모양을 쌓는 ‘레고 아키텍처 스튜디오’를 이용해 주요 전투 지점 모형을 만들었다. 건축가가 설계도를 그리듯 만든 영화 ‘PMC: 더 벙커’는 장편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로 흥행에 성공한 김병우 감독의 새 영화다.

‘PMC…’의 시작은 ‘더 테러…’가 개봉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 테러…’ 주연이었던 하정우가 감독에게 “DMZ 지하에 지상과 똑같은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면서 출발했다. ‘더 테러…’의 배경이 수직으로 높은 빌딩이었다면, ‘PMC…’는 지하로 넓게 퍼진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은 사설 용병 기업(PMC)인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에게 북한 요인을 납치하라는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미국의 불법 체류자로 구성된 ‘블랙리저드’는 현상금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리며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가 작전의 키로 부상하며 에이헵과 함께 생존 액션을 펼친다.

철저한 1인칭, 실시간 전개로 관객이 실제 체험을 하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다. 작전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헬멧에 달린 포인트 오브 뷰(POV·1인칭 시점으로 보는 듯한 효과 제공) 카메라나 드론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김 감독은 “관객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영화를 오로지 에이헵의 시선에서만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열심히 세트를 지어놓고 다양하게 찍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둘러싼 강대국의 역학 관계를 반영해 퍼즐처럼 바뀌는 주인공의 상황도 흥미롭다. 자국 국민을 희생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용되는 PMC의 실상을 반영한 이야기라고 한다. 체험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김 감독이 직접 만들었다는 ‘PMC…’ 감상 매뉴얼을 참고할 만하다.

“돌비 애트모스로 사운드 믹싱 작업을 했기 때문에 두 번째로 볼 때는 돌비 애트모스관에서 보면 좋다. 떡볶이 집에서 매운맛을 조절하듯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가장 매운 맛은 1·2열, 순한 맛은 뒷줄이다. 1인칭 시점샷은 앞자리의 임팩트가 더욱 세다. 다만 매운맛의 통증은 스스로 감당하셔야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