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등에 일하지 않는 날까지 계산 ‘이중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안) 개정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2.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제계가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논의안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약정휴일을 최저임금 시급 산정 범위에서 모두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이는 일하지 않는 시간까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약정휴일을 최저임금 계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정안을 재입법하기로 결정했다.
가상의 시간까지 합산하면 최저임금 계산에 필요한 분모가 커진다. 통념상 저소득자가 아니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못 미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이중 부담을 져야한다는 이유로 경제계 반대가 계속됐다.
정부는 시행령으로 기업이 이중고에 처할 것으로 보고 약정휴일에 발생하는 수당과 시간은 모두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약정휴일이란 주 5일 근무제 정착 후 토요일처럼 노·사 임단협 등을 통해 휴일로 간주하는 날이다. 법정 공휴일 이른바 빨간 날만 최저임금 계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기업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 최저임금 계산에 필요한 분모와 분자 모두 변화가 없다. 약정휴일에 지급되는 수당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소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월평균 4.345주를 곱한 월 소정근로시간은 174시간이다. 여기에 주휴시간(일요일 8시간*4.345)을 합하면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의 분자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월급으로 준 임금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것을 합한 값이다. 이를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으로 나눠 가상 시급을 계산한다. 임금을 나누는 분모인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커질수록 가상 시급은 줄어든다.
극단적인 예로 주급 70만원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하면 일당 14만원인데 유급주휴시간을 반영하면 10만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같은 월급을 주고도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커진다.
분모에서 약정휴일시간을 빼도 분자에서 약정휴일수당이 동시에 제외되기 때문에 가상 시급 규모에는 변화가 없다. 앞선 사례에서 약정휴일인 토요일의 수당과 시간을 제외하면 6일의 60만원 즉 일당은 10만원으로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
기존 시행령 개정안과 마찬가지다. 유급주휴시간 반영으로 최저임금 계산에 필요한 분모만 커지는 구조다. 시행령 개정안 논의 방안에 경제계가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하는 배경이다.
노조 합의 없이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기업에게 6개월은 짧은 시간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기본급 비중은 낮고 상여금, 성과급, 각종 수당 등을 반영해 고임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단체교섭권을 통해 수당을 올려온 강성노조 요구에 따른 결과”라며 “이에 대한 해법 없이 기업이 6개월 동안 알아서 임금체계를 조정하라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법률 해석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이를 적용해야하는 기업 현장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은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산입임금에는 해당되지만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의 시급 계산시간 수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경총 관계자는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가상의 유급휴일시간까지도 분모에 포함해온 고용노동부 지침에 대법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음에도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하는 게 근본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