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김포공항 갑질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 직원이 사건 발생 직후 그 경위를 서면으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 측은 “시민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직원 김모씨가 경위서에 적은 김 의원 및 보좌관의 발언이 구체적이라는 점, 경위서가 사건 직후 작성돼 김씨가 허위 내용을 그렇게 즉각적으로 자세히 꾸며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적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24일 뉴시스가 입수한 김포공항 보안 근무자 김씨의 경위서에 따르면 사건은 김포공항 서편 출국장에서 당시 확인 업무를 담당했던 김씨와 이모씨가 경남 김해로 출국하는 김 의원의 신분증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그러자 고객님이 그냥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길래 위조된 신분증인지 확인을 위해 지갑에서 꺼내서 확인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랬더니 고객님께서 본인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며 보여달라고 화를 냈다”고 전했다.
김씨는 “다른 승객 입장(출국수속)에 방해가 돼 비어 있는 옆줄로 안내했고, 관련 규정을 찾기 위해 (근무자) 데스크로 갔다”면서 “데스크에 가서 찾는 도중에 고객님이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며 화를 내며 규정을 얼른 찾으라고 재촉을 했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이) 전화를 하시면서 저한테 ‘이 새X들 똑바로 근무 안 서네’ ‘너희들이 뭐 대단하다고 (고객에게) 갑질을 하는 거야’ ‘김OO씨 근무 똑바로 서세요’라고 말하며 얼굴과 상반신이 모두 나오게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고 적었다.
김씨 경위서에 따르면 김 의원의 도를 넘는 행태는 여기서 그치치 않았다.
김씨는 “고객님의 재촉과 어떤 말씀에도 저는 위압적이지 않았고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얼른 규정을 가져오라며 화를 내셨다”며 “이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들도 (김 의원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위조 신분증을 확인할 방법이 지갑에서 꺼내 실물을 확인하고 돌려드리는 것인데 지갑 속에 있는 가려진 신분증을 육안으로 확인하라며 화를 낸 것”이라면서 “옆에 있던 보좌관도 ‘의원님은 공항 건드린 적 없는데’라며 위협 아닌 위협을 가했다”고 떠올렸다.
이 발언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국토위 피감기관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관 직원에겐 위협성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보좌관은 김 의원이 출국 후 직원들이 상황 정리 중일 때는 “아까 있었던 일에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다는 내용도 경위서에 적혀 있다.
‘항공보안 표준절차서’에 따르면 항공경비요원은 신분 확인시 ‘승객이 오면 인사를 한 뒤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출토록 안내하고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씨는 2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사람 앞에서 이런 경우를 당해 마음이 참담하다”면서 “만약 김 의원이 사과 한다고 해도 그것이 진심어린 사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