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고 이달 31일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로 넘겼다. 당초 고용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근로시간 기준을 현행 월 174시간에서 ‘법정 주휴시간’(일요일과 공휴일)과 노사가 합의한 ‘약정 주휴시간’(토요일)을 합쳐 최대 월 243시간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날 국무회의는 고용부에 대해 약정 주휴시간을 빼고 법정 주휴시간만 포함한 수정안을 마련해 다시 입법예고를 하고 재상정하라고 주문했다.
최저임금은 시간당 계산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늘면 그만큼 임금을 따라 올려야 최저임금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약정 주휴시간을 빼도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이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20% 인상 효과가 난다. 현 정부 들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30% 올랐으니 내년부터는 50%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정도면 재계가 어제 “크게 낙담이 되고 억울한 심경마저 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 엄살로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30% 오른 것만 가지고도 이미 고용 참사, 저소득층 소득 감소, 자영업자 무더기 폐업 등 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 전인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속도조절론을 시사했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최저임금 인상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취임 때부터 ‘기업 활력’을 누구보다 강조해 왔고 ‘경제 원톱’으로 자처해 왔는데 조정능력이 이 정도라면 실망스럽다. 이럴 바에는 앞으로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국회에서 정하듯이, 근로시간 기준도 고용부가 멋대로 바꿀 수 없도록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