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계산에 주휴시간 포함]정부 조삼모사식 절충안 논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등 국무위원들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 대신 정부는 수정안에서 노사가 추가로 약정한 유급휴일(토요일)을 근로시간에서 빼기로 했다. 다만 약정휴일수당도 임금에서 제외시켰다. 경영계는 이를 두고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절충안이라고 비판한다. 사업주 입장에선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다. 만약 법원이 개정 시행령을 수용하지 않으면 노동시장에 일대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 판례 뒤집은 정부
2차 문제는 시행령의 파생효과다. 주휴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면 주 40시간 근로자의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8시간×6일×4.35주)으로 실제 근로시간(174시간)보다 35시간 늘어난다. 만약 월 170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있을 경우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시급 9770원으로 최저임금법(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준수한 것이지만 고용부 시행령대로라면 시급이 8134원으로 떨어져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결국 내년의 법적 최저 월급은 174만5150원(8350원×209시간)인 것이다. 월 170만 원을 주는 사업주는 대법원 판례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정부 시행령 때문에 근로자당 월 5만 원 가까이 무조건 더 올려줘야 한다.
○ ‘조삼모사’ 절충안… 경영계 “달라진 것 없어”
하지만 약정휴일수당을 별도로 계산하고 따로 항목을 만들어 지급하는 사업장이 거의 없다. 이런 사업장은 근로시간에서 약정휴일시간을 제외하면서 기존 월급에서도 약정휴일수당을 일정 부분 빼고 시급을 계산해야 한다. 약정휴일수당으로 얼마나 뺄 것인가도 문제지만 설령 뺀다 해도 분모(근로시간)가 줄어든 만큼 분자(임금)도 줄어 사용주 입장에선 달라질 게 없다. 결국 사용주가 봤을 땐 근로시간만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다.
○ 계도기간도 결국 ‘미봉책’
일각에선 각급 법원이 최저임금 관련 민사, 형사소송을 처리할 때 위헌명령 등을 통해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노동시장은 큰 혼란을 맞게 된다. 고용부가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며 기소의견으로 송치해도 법원이 무죄로 판단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법원도 개정 시행령을 존중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고액 연봉 사업장이 임금체계를 개편할 경우 개정 시행령에 따른 최저임금 위반 처벌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기업이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 등을 통해 최저임금을 준수하려고 한다면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뜻이다. 초봉이 5000만 원을 넘기고도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된 현대모비스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여금 지급 주기를 바꾸거나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격월이건 분기별이건 모든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모두 포함시키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월 단위 정기상여금과 숙식비까지만 포함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