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화재원인 조사결과 발표 2015년 獨본사에 EGR TF 꾸리고, 2017년 내부보고서에도 결함 언급 리콜 축소했다 5만5763대 추가… 조사단 “필요하면 추가 리콜 조치” BMW측, 조사결과 대부분 부정… 은폐-축소 논란 해넘어 이어질듯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가 BMW 화재 사고의 원인 부품인 EGR 쿨러를 들여다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BMW 차량 52대의 화재 원인이 된 부품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모듈’로 추정된다. EGR 모듈은 디젤차량의 매연물질을 줄이기 위해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 일부를 엔진 내부로 다시 순환시켜 주는 장치다. 배기가스를 식혀 주는 EGR 쿨러에서 새어나온 냉각수가 모듈 내에 침전된 상태에서 고온의 배기가스를 만나 불씨가 됐다는 게 유력한 화재 원인이다.
조사단은 EGR 쿨러 균열이 설계 결함 때문에 생겼다고 결론 내렸다. 쿨러의 열용량이 실제보다 낮게 만들어졌거나(하드웨어 결함) EGR를 과다하게 사용하도록 설계(소프트웨어 결함)됐다는 것이다. 리콜 이전과 이후 모두 쿨러 내부 냉각수가 끓어오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경우 쿨러에 열 충격이 가해져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박심수 조사단장은 “리콜은 내구성을 강화한 부품을 교체한 수준이어서 누수 시점만 늦춰졌을 뿐 또 화재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조사단은 리콜 전과 후 소프트웨어가 동일한 점을 미뤄 봤을 때 일각에서 제기된 소프트웨어 임의 조작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조사단은 BMW가 EGR 냉각기 결함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은폐 축소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의 리콜 명령이 있기 3년 전에 BMW 본사가 이미 EGR 쿨러 결함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며 2017년 7월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도 ‘EGR 쿨러 균열’ ‘흡기다기관(엔진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관) 천공’ 등 화재 원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밝혀졌다.
리콜 과정에서 사태를 축소하려는 정황도 포착했다. BMW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리콜을 실시했는데 조사단은 7월 실시한 1차 리콜(42개 차종 10만6317대)에서 의도적으로 2차 리콜 대상(52개 차종 5만5763대)을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뜨거운 배기가스를 과도하게 유입시킨 주범이 실제론 고장 난 ‘EGR 밸브’이지만 ‘EGR 바이패스밸스’라고 주장한 것도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류도정 조사단장은 “1차 리콜 이후 조사단의 해명 요구가 있자 그제야 2차 리콜을 실시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량 결함 발생 시 제작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제작사가 늑장 리콜을 했더라도 2016년 6월 이후 자체 안전 인증을 신고한 차량에 한해서만 매출액의 1%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과징금을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개정안대로라면 BMW의 과징금은 2600억 원까지 늘어난다.
강성휘 yolo@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