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같은 고교 ‘교무부장-자녀’ 전국 47곳

입력 | 2018-12-25 03:00:00

숙명여고 사태로 ‘상피제’ 추진
시도교육청 7곳 규정 정비 안해… 사립학교는 강제할 방법 없어
안양 공립고서도 대입특혜 논란




숙명여고처럼 교무부장과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가 전국에 47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숙명여고 사태’ 이후 교육부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상피제(相避制)’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교육청 17곳 중 10곳은 상피제와 관련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교무부장과 자녀가 동일 학교에 다니는 사립학교는 32곳, 공립학교는 1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기간제 포함)까지 넓히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전국 521개 고교에 900명에 이르고 있다.

교육부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게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교무부장처럼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력이 큰 보직교사를 맡는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상피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 성남시 대진고에서는 2015년 교무부장 박모 씨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다 적발됐다. 딸의 대학 입학은 취소됐으며, 박 씨는 9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 경기 안양시의 한 고교에서는 문과 내신 전교 1등으로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한 A 군의 어머니가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A 군보다 모의고사 성적은 앞서지만 내신에서 2등을 차지한 B 군은 선발되지 못했다. 해당 교무부장은 지난해 10월 자녀가 2학년 2학기에 치른 중간고사의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인정돼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B 군의 학부모는 최근 학교를 찾아가 교무부장과 자녀가 함께 다니는 사실을 은폐한 이유 등을 따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교육청 가운데에는 상피제 도입에 소극적인 곳이 많다. 본보가 17개 시도교육청의 인사관리기준을 확인한 결과 부산, 대구,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시도교육청은 상피제와 관련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전북도교육청은 각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계획이고, 다른 시도교육청은 교사가 학교를 이동할 때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를 적도록 하는 등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강원, 충남, 제주도교육청 등 3곳은 상피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상피제를 시행 중이거나 도입 계획을 밝힌 교육청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 울산, 세종 등 7곳에 불과하다.

또 시도교육청에서 상피제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사립학교는 할 의무가 없고 법적으로 강제하기도 어렵다. 학생 선발권을 학교가 가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특목고)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부에서는 사립학교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내에서 이동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립학교 또는 다른 사립학교로 파견이 가능하도록 내년 중 사립학교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를 옮기려면 과목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일단 법인 내에 있는 학교로의 전출을 권유하고 시도교육청과 논의해서 공립으로 일시적으로 파견을 보내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