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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추락할라”… 트럼프 참모들, 파월해임설 진화 진땀

입력 | 2018-12-25 03:00:00

블룸버그 “트럼프, 해임 논의” 보도후… 므누신 ‘해고 권한 없다’ 메시지 공개
백악관 예산국장도 적극 해명 나서
美부자들 34%만 “트럼프 재선 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지난 주말 내내 24일 증시 개장에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설’을 진화하려고 진땀을 뺐다.

CNN방송은 23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월요일(24일) 월가가 문을 열면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미국 대형 은행의 몇몇 최고경영자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일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므누신 장관이 “시스템은 여전히 정상적”이라는 메시지를 대형 은행장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22일엔 “나는 제이(제롬) 파월 의장의 해고를 제안한 적도 없으며 그렇게 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연준 수장 해임설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워 지난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세를 보인 뉴욕증시가 더 추락할 수도 있다고 보고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도 23일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날 므누신 장관이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되풀이했다.

참모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휴전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관세폭탄 카드 등을 꺼내기 어렵게 돼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므누신 장관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연준의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금리 인상과 연준의 포트폴리오(국채 및 모기지 증권) 축소는 특히 나의 주요한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때에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이 나를 후버로 만들려고 한다’고 참모진에게 전에 말했다”고 전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는 얘기다. 12월의 미 증시는 올 고점인 9월의 증시에 비해 약 15%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오던 부자들도 증시 불안 여파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CNBC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갖고 있는 투자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백만장자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이 중 공화당원의 62%가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 일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트럼프 지지도는 80∼90%에 이른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