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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터 하멜 “나는 게이… 팬이 떨어져나가도 상관없어요”

입력 | 2018-12-25 03:00:00

공연 위해 한국 찾은 네덜란드 싱어송라이터 바우터 하멜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네덜란드 팝스타 바우터 하멜. 아우디코리아 제공(사진 이정규)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네덜란드 팝스타 바우터 하멜(41)에게 붙어 다니는 질문이다. 금발에 수려한 외모, 무대 위를 구름처럼 사뿐사뿐 디디며 추는 춤,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 누가 봐도 마음 훈훈해지는 남성이다.

“예전엔 겁 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게이라는 것을 밝히면 팬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죠.”

최근 ‘아우디 라운지 바이 블루노트’ 공연을 위해 방한한 하멜은 “이제 좀 속이 시원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10년 트위터에 커밍아웃한 바 있지만 20회 가까이 한국을 찾는 동안 그는 한국 매체의 여자친구 질문에 소극적으로 ‘없다’고만 답했다. 자신 안에 두려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팬 좀 떨어져 나가면 어때요. 그래서 떨어져 나가는 팬은 자격이 없는 거겠죠! 하하.” 하멜은 “한국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성소수자가 많다는 걸 안다. 그런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하멜의 장기는 재즈와 팝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작곡. 내년에 낼 새 앨범의 제작에 최근 돌입했다. “줄리 런던, 캐브 캘러웨이, 아니타 오데이 같은 옛 재즈가 참 좋아요.” 요즘엔 클래식 작곡가 엘가부터 미국 래퍼 푸샤 티까지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하멜은 지난해 낸 곡 ‘Amaury’에도 게이 남성에 관한 스토리를 담았다. 하멜이 미국 중서부에서 만난 남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보수적인 (오클라호마주) 털사를 떠나 좀더 개방적인 콜로라도주로 향하는 남자를 그렸죠. 아모리란 이름의 이 남자는 새 삶을 시작하는 제 자신을 그린 거예요.”

지난 20년간 사랑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연인과 결혼해 집 짓고 강아지를 키우는 안정적인 삶만 좇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제는 하루하루의 행복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하멜에게 40대는 다시 자유다. “지난 10년간 무대에서 스니커즈를 안 신었어요. ‘30대니까 점잖게 가죽 단화를 신어야지’ 하는 생각에요. 지금은 뭐든 좋아요.”

한국에 올 때마다 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종로구 익선동의 맛집에 들를 정도로 서울에 익숙하다. “전 한국인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참 좋아요. 세계의 멋진 도시에서 멋진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전 언제까지고 행복할 겁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