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집창촌 성매매업소 화재가 순식간에 5명의 사상자를 낳게 된 주요 원인은 ‘합숙소’였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2명, 부상자 3명(중상 2명)은 모두 합숙소로 쓰이는 2층에서 참변을 당했는데, 성매매업소 특성상 영업시간과 불이 난 시점을 봤을 때 합숙소 생활이 아니었다면 재산 피해로 그쳤거나 인명 피해가 나왔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불이 나고 불과 16분 만에 진화된 단순 화재 사건을 ‘참사’로 만든 배경에 ‘합숙소’가 있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 업소로 ‘출퇴근’을 했던 종사자들은 당일 화재 발생 약 4시간 전인 오전 7시께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업주를 제외한 피해자들이 ‘감금 생활’을 해왔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집창촌이 사라지거나 규모가 현저히 준 것으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 관련 보고서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집창촌은 전국 곳곳에서 영업 중이고, 합숙소 생활을 하는 종사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3년마다 조사)에 따르면 소위 집창촌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는 2016년 기준 42곳이다. 서울에만 5곳으로 속칭 미아리 텍사스, 영등포역 휘파리 골목 등이 있다. 그 외 경기도 7곳, 대구 5곳, 부산에 4곳 등이 있다.
성매매 집결지는 2013년 조사에 비해 2곳이 줄었지만 집결지 내 업소는 1858개에서 1869개로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여성 수는 4402명으로 조사됐다.
이중에는 화재로 숨진 천호동 집창촌 성매매 종사자들처럼 합숙소 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왜 합숙소 생활을…“경제적 어려움 탓”
성매매업소 합숙소 생활을 하는 종사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이 그 이유라는 게 이곳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큰 빚이 있거나 집안에 어려움이 생겨 목돈이 필요한 여성들이다. 한국사회에선 성매매가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때문에 종사자들이 집을 나와 생활하는 걸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있다.
일부 악덕 성매매 업주들의 경우 종사자들의 이 같은 약점을 이용해 부당한 처우를 제공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차성 천호동 집창촌 상인회장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집을 얻겠지만 방 하나 얻고 집세 주면 끝나버리니 여기서 살게 된다”면서 “돈을 안 쓰고 집에 보내야 하는 사람들, 아이들 가르쳐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가출한 상태인 사람들이 많다”며 “생활이 어려우니 가정을 가지고 있다가도 가출한다. 가정이 있는데도 들락거리면서 그 일을 하기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경제적인 환경 때문에 뛰쳐나온 사람들이 90%”라면서 “요새는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단속이 심하고 벌금이 많으니까 업주들이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안 좋은 행동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업소에서는 지난 22일 오전 11시4분 불이 나 16분 뒤 진화됐다.
이 화재로 건물 2층에 머물던 여성 6명 중 업주 박모(50)씨가 사고 직후 숨졌고,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최모(46)씨가 당일 오후 6시33분께 숨졌다.
박모(27)씨는 현장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왔으며 김모(27)씨와 또다른 김모(43)씨가 중상, 김모(20)씨는 경상을 입었다.
중상자 중 1명인 김씨(27)는 산소 공급 문제로 관련 시설이 갖춰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2명은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