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소극장서 2008년 시작… 11번째 프로젝트 ‘나의 초상’엔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등 6명 참여… 2, 3개월 연습 거쳐 연기실력 발휘
23일 밤 인천 미추홀구 ‘작은 극장 돌체’에서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시민참여 연극 공연을 앞두고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 6명의 시민이 28∼30일 ‘나의 초상’을 공연한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23일 오후 10시 인천도호부청사 바로 옆 ‘작은 극장 돌체’(인천 미추홀구). 주택가 골목엔 어둠이 드리워 있었지만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소극장인 이곳은 심야 공연 연습을 위해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무대에 오른 6명이 한글 초급자처럼 ‘가갸거겨∼’ 발성 연습을 하고 뱃심을 키우기 위해 기마 자세로 소리를 질러댔다. 훌라후프를 돌리고 발차기를 하는 등 신체단련 훈련도 했다. 또 크게 웃다가 우는 흉내를 하는 감정 발산 연습도 이어졌다. 연극계 속어로 일명 ‘또라이 훈련’이었다. 무대가 낯설기만 한 시민 5명이 연극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20일 넘게 맹연습 중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매일 오후 10시경에 모여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어서까지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의 전문 연극인이 같은 무대에서 이들의 연기를 거들었다.
작은 극장 돌체가 2008년부터 시작한 시민참여 연극의 11번째 프로젝트인 ‘나의 초상’에는 6명이 출연한다. 시민참여 연극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시민들이 2, 3개월 연습을 거쳐 한 편의 연극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이번엔 18년 된 친목모임(고&고) 회원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여성 4인방이 참여했다. 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63)과 김말숙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56), 여성운동가 이명숙 씨(57), 전직 경찰공무원 하병희 씨(66)가 비련의 ‘유령 여인’ 역할을 맡는다.
여인 2 역할을 맡은 김 회장은 1기 프로젝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이은 두 번째 출연이어서 무대 적응을 잘한다는 평가다. 동료 연습생들이 “평상시 수줍음이 많은데 무대에선 거침없이 대사를 던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부러워했다. 홍 전 구청장은 “시의원, 국회의원, 구청장 등 오랜 정치인 생활을 통해 굳어진 말투와 행동거지가 잘 바뀌지 않는다”며 “‘가면 인생’을 벗고 나 자신을 찾으려는 심정으로 연기에 몰두하려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50년 경력의 전문 연극인 손민목(70), 고교 교사 이형우 씨(49) 등 남성 2명도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 씨는 10년 넘게 작은 극장 돌체를 정기 후원하다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유령 여인 4명과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에 외워야 할 대본 분량이 가장 많다. 전문 연극인 손 씨는 여주인공이 살던 고택 관리인이어서 연극 초반과 마지막 장면에만 등장한다. 전문 연극인은 감초 역할만 하고, 아마추어 시민 연극인들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간다.
“우리는 영원히 진실을 볼 수 없단 말인가요. 자기 시야에 계속 갇혀서 바깥을 넘겨다볼 수 없다는 겁니까. 항상 숨 막히듯 살아야 한단 말인가요.”
이날 남주인공 이씨의 절규가 터져 나오는 장면을 지나면서 연기자들이 극 중 인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대본을 놓고 연기를 하다 대사를 까먹는 실수도 되풀이됐다.
‘나의 초상’은 28일 오후 7시 반, 29∼30일 오후 4시 반, 7시 반 작은 극장 돌체에서 공연한다. 후원 회원은 예약만 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일반인은 관람료가 3만 원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