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지역 자원을 상품화… 서로 가치 높여주는 윈윈전략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의 브랜드가 알고 보면 도시 이름인 경우가 프랑스에선 흔하다. 그 도시의 전통적인 자원과 강점을 살려 기업화하면서 도시와 기업이 서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윈윈 전략이다.
대표적인 생수 브랜드들인 에비앙과 볼빅(볼비크)은 각각 프랑스 동부 알프스 지역과 중부 화산지대에 자리 잡은 도시 이름이다. 오베르뉴 화산지역에서 천연 미네랄워터를 뽑아 만드는 볼빅은 이 지역에서 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해마다 4월부터 11월까지 9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에비앙, 볼빅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다논은 프랑스에서만 2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운영하는 브랜드 비시 역시 프랑스 중부 도시 비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화산과 마그마성 바위 지대에서 생성된 온천으로 유명한 이 지역 물에서는 15종류의 미네랄이 추출된다. 브랜드 비시는 1969년부터 이 온천 근처에 공장을 지어 지금도 이 지역 물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크, 스푼, 나이프 등으로 유명한 라기올 역시 프랑스 남부 마을 라기올에서 나온 브랜드다. 1800년대부터 이 지역 주민들이 나무 손잡이에 날카로운 칼날을 장착한 칼과 송곳을 만들면서 유명해지자 1981년 칼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라기올 칼 연합체가 형성됐다. 이 연합체가 여러 공장을 소유하면서 기업화됐다.
프랑스는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전략적으로 대표 기업을 지역 산업으로 육성해왔다. 프랑스 남서부의 대도시 툴루즈는 ‘에어버스’의 도시다. 1965년 강대국들이 한창 달 탐사를 벌일 때 항공기 제조회사 에어버스가 이 지역에 세워진 이후 국가와 툴루즈가 전략적으로 항공 관련 대학, 연구소, 박물관을 잇달아 세웠다. 아울러 항공 관련 디자인, 엔진 부속 제조업 회사 등 유관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툴루즈는 전 세계 대표적인 항공, 우주 도시가 됐다.
특히 리옹, 릴, 낭트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선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프렌치 테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역할은 물론이고 펀드레이징과 네트워킹까지 스타트업 창업의 모든 것을 지원해 프랑스 스타트업의 3분의 2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자리 잡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