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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투자의 연쇄효과… 서산 간척지 ‘미래차 요람’ 뜬다

입력 | 2018-12-26 03:00:00

[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4>자율차 주행시험장 날개 단 서산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전경. 약 112만 ㎡ 부지에 14개 주행시험로와 4개 시험동을 갖추고 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동차 좌회전 차로에 멈춰 선 채 스스로 왼쪽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켰다. 이윽고 신호는 파란불로 바뀌었다. 자동차가 좌회전했다. 운전자는 핸들을 돌리거나 가속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였다. 주행을 하다 앞선 회전교차로에 다른 차가 먼저 들어선 것이 감지됐다. 자동차는 스스로 알아서 멈췄다. 해당 차가 회전교차로에서 빠지자 자동차는 다시 출발해 회전교차로에 진입했다.

이는 18일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에서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엠빌리’를 기자가 직접 타보고 겪은 주행 시나리오 중 하나다. 서산주행시험장은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준공한 자체 시험장이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바이오웰빙특구 내 112만 m²(약 34만 평) 부지에 30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거대한 ‘인공 도시’의 모습이었다.

○ 한국 미래차 허브가 된 간척지

현대모비스 연구원이 두 손을 운전대에서 뗀 채 자율주행차를 시험 주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14개 주행시험로와 4개 시험동, 377대의 시험장비에 첨단주행로, 레이더시험로, 터널시험로 등 최첨단 특수노면이 총망라돼 있는 이곳은 현대모비스의 미래차 개발 핵심 기지로 꼽힌다.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이 들어선 부지는 원래 간척지였다. 주행시험장을 만들려면 평평하고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평지는 산을 깎는 것보다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지반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서산 간척지는 그런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는 곳이었다. 위에서 서산주행시험장을 내려다보면 너른 논밭에 거대한 ‘도로’가 섬처럼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서산주행시험장은 작은 도시처럼 꾸며져 있다. 14개 주행시험로 중 ‘첨단주행로’에는 운전자가 마주치게 되는 실제 도로를 재현해 ‘페이크 시티(fake city)’, 방음터널, 숲속도로, 버스 승강장, 가드레일 등을 설치해뒀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여러 차들이 주행로를 오가며 자전거를 탄 사람 모양의 ‘더미(사람 크기의 인형)’를 인식할 수 있는지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폭 30m, 직선거리 250m의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된 터널시험로는 빛이 없는 야간 주행 조건에서 지능형 헤드램프와 자율주행용 카메라 인식 및 제어 성능 등을 시험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첨단 주행시험장은 서산에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직원 300여 명이 서산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더욱 기대하는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다. 서산이 자율주행차 연구 기지로 알려지면서 주변에 속속 자동차 관련 시설이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호섭 현대모비스 서산연구지원팀 차장은 “자동차 업체와 시설이 모여들면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에 자율주행차 개발 클러스터가 만들어진 것처럼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차 클러스터로 진화

최근 서산 일대 투자를 발표한 기업으로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는 2300억 원을 들여 서산에 주행시험도로를 짓기로 결정했다. 내년 9월 강화되는 유럽연합(EU)의 새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 최장 길이인 3.8km에 이르는 직선로를 포함해 총길이 10km로 지어질 예정이다.

서산 바로 옆 태안군 태안기업도시 내에는 한국타이어가 약 2000억 원을 들여 타이어 주행시험장(PG·Proving Ground)을 짓고 있다. 2020년 완공되면 126만 m²(약 38만 평) 규모로 국내 최대 타이어 성능시험장이 된다. 한국타이어는 이곳에 세계의 다양한 노면은 물론이고 사계절 전천후 시험 설비로 구성해 전기차, 런플랫(run-flat·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타이어), 슈퍼카용 타이어 등 첨단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시설로 삼을 계획이다.

자동차 관련 제조시설도 들어선다. 최근 서산시는 SK건설과 자동차 관련 산업과 연계한 지역특화산업단지인 지곡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내년 중앙투자심사 및 산업단지 개발계획 승인 신청을 시작으로 총사업비 2755억 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165만6000m²의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조성된 서산 오토밸리와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오토밸리에는 현대위아의 가솔린 터보엔진, 디젤엔진 공장과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의 변속기 공장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현대위아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산시는 자동차 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서산시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산업은 서산시 전체 산업 규모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업종 종사자는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기아자동차 모닝과 레이가 이곳에서 조립, 생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도 위치해 있어 자동차 산업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산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주행시험장이 들어서 지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산업과 연계한 산업집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래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로 침체된 농촌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산=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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