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北, 웜비어 가족에 배상”판결]소송 참여 이성윤 美터프츠대 교수 “5억달러는 상징적 대북 메시지… 이런 일 재발 막기위해 법정싸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사진)는 24일(현지 시간)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미 연방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5억 달러라는 배상금액은 상징적인 메시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재판에 참여해온 유일한 한국인 학자다. 그는 올해 봄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후 웜비어 담당 변호사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송에 힘을 보태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그는 머뭇거림 없이 받아들였다.
이 교수는 “웜비어 가족은 북한에 맞서 싸우겠다고 아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동식 목사 사건에서 3억 달러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인권 유린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당초 11억 달러라는 거액을 청구한 것은 북한에 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일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독재국가 북한의 특징과 문화, 과거 인권 유린 사례 등을 설명하고, 웜비어의 허위자백 근거를 제시했다. 증인석에 앉은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 씨의 절절한 증언을 들으면서 법정 뒤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의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법원에는 1968년 납북됐던 푸에블로함 승조원의 가족이 낸 소송도 계류 중이다. 그는 “인권 관련 판결이 잇달아 내려지고 배상금액도 계속 올라가면 북한도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