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북보고 장면 넉달만에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내 북한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보고가 있었다.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Progress being made).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 내 전용 책상인 레절루트 데스크(결단의 책상)에 앉아 최근 방한해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했던 비건 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무언가를 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보고 장면을 공개한 것은 8월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으로부터 보고받는 장면을 공개한 지 정확히 넉 달 만이다.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 가늠할 데드라인인 내년 3월경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 특히 이날 보고는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상태에서 열렸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연방정부의 기능이 멈춘,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보고를 받았다고 공개한 것은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라고 한 정치적 이벤트”라며 “자신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내년 초에는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트럼프 스타일의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시그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협상 재개를 위한 명백한 신호를 내년 3월까지 주지 않는다면,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오롯이 북한 책임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김 위원장과 관련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회의론(skepticism)과 좌절감(frustration)이었다”며 “하지만 1년간 공들인 대화 노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마지막 대화 스퍼트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이 같은 기류를 계속 전하며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일종의 ‘연대 보증’을 서면서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만큼 최근 상황에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을 겨냥했을 수 있다는 것. 한미는 3월부터 분담금 인상분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한국의 분담금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고 사실상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