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랑거리 된 비거리, 처음엔 반신반의”

입력 | 2018-12-26 03:00:00

KLPGA 장타여왕 김아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장타 여왕’ 김아림이 20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본사에서 드라이브샷 포즈를 취했다. 2018시즌 매년 해오던 미국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국내에서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해 효과를 봤다는 김아림은 올해에도 전지훈련 없이 국내에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아림(23·SBI저축은행)은 2018시즌 개막전(2017년 12월 효성챔피언십)을 치른 뒤 돌연 미국 전지훈련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3월 열리는 다음 대회까지 매년 해오던 전지훈련 대신 국내에 남아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자신의 장점인 드라이브 비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20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본사에서 만난 김아림은 “주변의 조언을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비거리를) 멀리 보내는 게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었다. 드라이버는 그저 쇼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라고 당시의 고민을 설명했다.

약점 보완 대신 장점 극대화를 선택한 김아림의 판단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18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드라이브 비거리 1위(평균 259야드·약 237m)를 차지하며 ‘장타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단 그는 9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79번째 도전 끝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사진).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가 대거 출동한 11월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혼자 3승을 거둬 KLPGA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원조 장타여왕 박성현(25) 앞에서 거침없이 장타력을 뽐내며 선배들에게 후한 평가를 받았다. 시즌 뒤에는 SBI저축은행과 후원계약을 2년 연장했고 브라보앤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김아림은 “헬스장 바닥을 기면서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에 집중한 노력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멀리 가기 시작하니까 리커버리샷(미스샷을 충분히 만회하는 샷) 같은 문제점들은 경기를 통해 보완되더라”고 말했다. 장타의 비결을 묻자 “세게 때리는 것보다 정확하게 때리는 게 중요하다.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먼저인데 각자 신체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밥 많이 드시라’고 말한다”고 웃었다.

2016년 1부 투어에 데뷔한 김아림에겐 선배들과의 맞대결도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특히 5월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박인비(30)와의 승부는 그에게 우승보다 더 값진 순간이었다. 당시 김아림은 한 홀 차로 패했다. 김아림은 “첫날 인비 언니를 봤는데 꼭 한번 함께 플레이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란 생각으로 내 한계점까지 가본 게 선수생활에 큰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결승) 첫 홀부터 인비 언니를 향한 함성에 짓눌렸던 것이 기억난다”며 웃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국내 선수들과 함께한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큰 대륙에서 경기를 해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언니들이 모두 호탕하고 친절했다.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정작 경기에 돌입하면 집중하는 모습을 배워야겠더라”고 말했다.

김아림은 새해 목표로는 수치적인 부분보다는 ‘오늘의 나보다 더 발전한 내일의 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동과 다르게 아무리 해도 실력이 안 늘어서” 골프를 선택했다는 그였다. 농구나 태권도는 좀 하면 결과가 잘 나오는데 골프는 쉽게 안 늘어서 오히려 재미가 붙었다고. “아무리 연구해도 골프는 늘 쉽게 답이 나오지 않더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골프에 대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