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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하나로 묶는 형제애 더 단단해지길”

입력 | 2018-12-26 03:00:00

프란치스코 교황 성탄 메시지
“화해분위기 이어가 좋은 해법 기대”… 국가-종교 넘어선 형제애 강조
전야 미사땐 “탐욕 대신 소박한 삶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관광객과 순례자, 로마 시민 등 수만 명이 성베드로 광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바티칸=AP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82)이 25일(현지 시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신념과 종교, 인종을 아우르는 ‘형제애(fraternity)’를 강조했다. 남북에 대해선 화해 분위기가 계속돼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해법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발표한 성탄절 공식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와 예멘 등을 언급한 뒤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교황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한반도를 하나로 묶는 형제애의 연대를 굳건히 하고, 최근의 화해 분위기가 계속돼 모두가 발전하고 안녕할 수 있는 해법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등 북핵 문제가 아직 진전이 없어 조기 방북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교황의 성탄 메시지는 형제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교황은 “하느님은 선한 아버지시며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라며 “모든 나라와 문화 속에서 박애가 자리 잡고, 다른 종교끼리도 형제애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애가 없으면 우리의 최선의 계획조차도 무의미하고 공허해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교황의 메시지에 대해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국수주의가 활개를 치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황은 앞서 24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집전한 성탄 전야 미사에선 현대의 끊임없는 소비주의를 비판하고 소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촉구했다.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랑과 자선, 소박함의 가치를 되새길 것을 13억 가톨릭 신자에게 호소했다.

교황은 설교를 통해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의 삶을 언급하며 “구유 앞에 서서, 우리는 삶의 양식이 물질적 부가 아닌 사랑, 탐욕이 아닌 자선, 과시가 아닌 소박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가 사치스러운 만찬을 즐길 때 너무 많은 이는 생존에 필요한 양식조차 없이 지낸다”면서 “내 삶을 위해 이 모든 물질적인 것과 복잡한 삶의 방식이 정말 필요한가. 이러한 불필요한 잉여 없이 더 소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