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눈으로 7세기 민란 재해석”
‘표인’은 방랑 검객 도마가 반란군 대장 지세랑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허선철 만화가는 “무협을 기본으로 서부극, 전쟁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씨아이 제공
검은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손엔 긴 칼을, 다른 손엔 꼬마 아이를 받쳐 들고 중원을 방랑하는 칼잡이 도마. 어느 날 그는 병약해 보이는 한 사내를 수도 장안(長安·현 시안)까지 호송하라는 임무를 받는데, 사내의 정체는 반란군 수장 ‘지세랑’이었다.
무협만화 ‘표인’의 돌풍이 심상찮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온라인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중국에선 단행본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렸고, 일본 NHK에서도 세 차례 이 작품을 조명했다. 한국에서도 ‘열혈강호’ 양재현 작가와 ‘용비불패’ 문정후 작가의 극찬을 받으며 지난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정식 만화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작가의 데뷔작이란 점에서도 놀랍다. 허 작가는 김애란 소설가의 ‘달려라, 아비’ 등 한국 문학작품을 중국어로 소개하는 번역가로 활동했었다. 그러던 중 26세 때부터 4년간 ‘표인’ 구상에 몰두했다. 그는 “1화를 내기 전 버려진 원고지만 2000장이 넘는다”며 웃었다.
허 작가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그 섬세한 필체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표인’의 거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도 섬세한 정서 표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학으로서의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