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톡톡(Toc Toc)의 무대는 긴 카스테라처럼 보였다. ‘굳이 이래야 하나’ 싶을 정도로 기~일었는데, 오른쪽에서 등장한 배우가 왼쪽으로 퇴장하려면 꽤 힘들겠구나 싶었다. 여하튼, 무대부터가 어딘지 범상치 않은 톡톡.
톡톡은 이해제 연출의 연극이다. ‘키사라기 미키짱’,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에서 이미 코믹연출의 깊은 내공을 보여줬다. 사진 속 모습을 보면 ‘저런 진지한 얼굴로 굉장히 웃기는 작품을 잘도 만들어내는구나’ 싶어진다.
톡톡은 프랑스 로랑 바피의 작품이다. 극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방송 진행자로 종횡무진 중. 톡톡은 공연작품으로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들어선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뚜렛증후군의 프레드, 이윽고 무엇이든 계산을 해야 하는 계산벽 때문에 이혼까지 당한 벵상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세균에 감염될까봐 악수도 못하는 질병공포증 블랑슈, 외출 한 번 하려면 가스, 수도, 전기, 열쇠를 수 십 번씩 확인해야 하는 확인강박증 마리, 같은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릴리, 대칭집착증에다 선을 밟지 못하는 선공포증에 시달리는 밥(BOB·이름도 대칭이다). 이들은 서로의 증상에 화들짝 놀라고 진저리를 치고 이해를 해가며 스텐 박사를 기다린다.
하지만 스텐 박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였다는 연락이 왔다. 끝없는 기다림에 지친 모두에게 밥이 “우리 게임이나 하자”며 책장에서 보드게임 세트를 꺼내들게 되는데 ….
스토리만 대충 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신지. 톡톡은 일종의 소동극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사연이 얽히고설키면서 끝없이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배우들의 적당히 소금 친 과장연기와 웃음이 터지는 대사, 황당한 상황들이 이런 소동극을 보는 재미다.
무대에 오르는 여섯 명 배우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 특히 계산벽 벵상 역의 황만익의 연기가 흥미로웠는데, 그 동안 뮤지컬 무대에서만 봤던 배우였기에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극단 간다의 작품으로 종종 봤던 노수산나(릴리 역)는 ‘섬세한 코미디’를 보여주는 배우다. 마음 저 밑에 깔아두고는 까맣게 잊고 살던 사소한 비밀 하나를 쿡 찌르는 웃음이랄까.
뚜렛증후군 프레드의 오용, 확인강박증 마리의 송영숙도 실감나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 주었다.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이다. 해를 넘겨 2월 10일까지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