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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수요시위 “스물다섯 분 남아…우리가 함께”

입력 | 2018-12-26 14:27:00


“한해가 또 지나가는 동안 여덟분의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생존해계신 할머니들은 스물다섯 분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되겠습니다.”

올해 마지막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1367차)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올해 별세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추모제도 함께 열렸다.

집회를 주최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달 21일 한국정부는 화해치유재단 입장을 발표했고 올해 8월31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항구적 해결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반영해 한국정부와 국제사회는 이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한걸음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가해국 일본정부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로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공식사죄와 배상을 통한 법적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미향 정의연 대표는 “2015 한일합의 무효화,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엔 반환, 일본 정부의 사과 모두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이름과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할머니들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그 분들께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정부는 내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지난 100년을 당당히 기념하고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목소리를 내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결코 국제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2015 한일합의 3주년을 맞아 28일 종로구 외교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찬 바람으로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400여명의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시흥 장곡중학교 2학년 이경민(14)군은 “스물 다섯분 밖에 남지 않은 할머님들은 모두 90세가 넘으셨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할머니님들이 들을 수 있게, 할머니라는 나무에 조금이라도 봄이 찾아올 수 있도록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꼭 인정하고 사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향미 수원평화나비 대표는 “(올해 3월 별세한) 안점순 할머니가 저희 곁을 떠난 지 299일이 됐지만 아직도 할머니를 지울 수 없다”며 “언제 편안하게 할머니의 사진 속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꿈 속에서라도 나타나 바쁘게 움직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아이치교직원합창단 ‘희망’은 ‘고향의 봄’과 자작곡 ‘서울의 소녀’ 등을 합창했다.

이들은 “노래 ‘서울의 소녀’는 작년 가을 한국기행 마지말 일정에서 소녀상을 만난 한 단원이 만든 시가 토대가 됐는데 우리 모두의 결의와 여러분에 대한 연대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며 “우리는 조선과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제의 침략과 폭력의 역사를 잊지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목도리와 핫팩, 장갑을 낀 채로 “일본정부는 사죄하라”, “화해치유재단 해산 즉각 이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무대 한켠에 마련된 여덟 분의 위안부 할머니 추모공간에 헌화식을 진행한 뒤 마무리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