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세계는 몇몇 독재자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했던 ‘낯설고 위협적인 모순’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덜은 25일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권위주의 인사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보편적 인권과 환경권, 국제사회의 법적 질서와 민주주의를 희생하면서 자국과 개인의 이익만을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지도자들의 모호한 행동들이 낯설고 위협적인 모순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미·중 무역 전쟁에도 미국의 경제는 성장했고,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유럽은 러시아와의 새로운 분쟁 가능성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핵보유국들이 군축협정을 만신창이로 만들면서도 이란의 핵보유 가능성을 배척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살인을 두고 전 세계가 입을 모아 규탄하면서도 시리아와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인륜적인 비극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티스덜은 트럼프가 미국의 첫 ‘불량 대통령 (rogue president)‘이 됐다고 규정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포용할 줄 모르고, 애매한 의사결정 방식을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티스덜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보이며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권위주의 독재 행위를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해 내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로 정의하고,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그는 언론과 소통하는 대신 불규칙하고 부정확한 방식으로 때로는 명예훼손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트위터에 집착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주위를 다른 곳으로 전환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다.
미 연방상원 대법원 판사 인준 청문회에서 고등학교 시절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브렛 캐버노 비판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캐버노 대법관 후보 지명자의 성폭행 기도를 폭로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를 폄하했다. 티스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담한 방식으로 여성 혐오성 발언을 일삼으며 결국 미국 여론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현재 미국 포르노 영화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퍼니 클리퍼드)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11월 15일에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러시아 당국이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여러 차례에 걸쳐 체포, 억류한 것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조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7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역시 현재 4번이나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푸틴을 위한 쇼였다는 지적이다. 티스덜은 푸틴 대통령이 월드컵을 이용하여 현재 떨어지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이제는 러시아인들의 시선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방향으로 돌려 민족주의를 이용해 자신의 지지율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티스덜은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탄으로 빠뜨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이집트의 민주주의를 탄압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반 정부성향의 기자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모두 2018년 한 해 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