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직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아영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6일 발간한 ‘은퇴가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고령화패널조사 1~6차 자료를 활용해 이 같이 분석했다.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10개 문항에 1점과 0점으로 값을 주고 합산한 변수를 0점에서 10점으로 나타낸 지표(CED-D10)는 50대 후반~60대 이후 일하는 사람보다 은퇴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은퇴 여부는 이 지표에서 0.398점을 더하는 효과가 있었다.
은퇴자는 계속 일하는 노동자에 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할 확률이 높았지만 문화활동이나 대인관계에서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이후 참여 비율이 줄어들면서 노동자와 격차가 벌어진다.
부정적인 영향은 사회활동이나 대인관계 정도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은퇴 직후 0.398점 높아졌던 우울증 지표는 사회활동과 대인관계를 매개변수로 포함했을 때 0.266점으로 낮아졌다.
이아영 부연구위원은 “은퇴 후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의 부정적 변화가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국사회에서 일이 사회와의 통로로서 역할이 커 은퇴는 사회적 자본과 연결망 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은퇴 후 다시 일을 시작하면 우울증 지표는 0.477점이나 떨어지는 효과를 보였다. 그만큼 재취업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주관적 건강과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셈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중·고령층의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 영역 역할뿐 아니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은퇴 후 생산 및 사회활동 참여 유도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은퇴했거나 은퇴할 예정인 중고령층 특성과 욕구를 파악, 고려해 생산 및 사회활동 영역 참여 기회와 선택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