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어진 어머니-아름다움 등 명시
강원도내 전체 여중고교의 절반가량이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시대착오적 여성관이 담긴 교훈(校訓)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정의당의 청소년 예비당원협의체인 ‘허들’ 강원지부에 따르면 도내 중학 164개교, 고교 117개교 등 총 281개교의 교훈을 전수 조사한 결과 도내 여학교 41개교 가운데 절반 가까운 20개교의 교훈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성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등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순결’을 교훈으로 명시한 학교가 7개교(17.1%)였고, ‘어진 어머니’와 같은 전통적이고 수동적 가부장적 여성상을 내건 학교가 2개교(4.8%)였다. 허들은 도내 여학교 5곳 가운데 1곳이 명백한 성차별적 교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나 ‘참됨’을 교훈으로 사용하는 학교는 11개교(26.8%)로 집계됐다. 남학교나 공학의 경우 주로 근면, 성실, 협동 등을 강조해 별다른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들 강원지부장인 노서진 양(17)은 “서울의 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교훈에 대한 문제 제기 후 공론화가 이뤄졌고 의견 수렴을 통해 교훈을 바꾼 사례가 있다”며 “변화의 노력도 없이 교훈을 그대로 사용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시정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들’은 정의당의 청소년 예비당원들이 구성한 자발적 조직이다. 정의당은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없는 청소년들이 당원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명예당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교훈 문제는 학교 구성원뿐 아니라 동문이나 학부모 등의 종합적인 의견이 필요하다”며 “학교 측이 교훈에 대해 재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권고할 수는 있겠지만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