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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휴수당으로 기업 부담 안 는다” 경제현실 외면한 洪 부총리

입력 | 2018-12-27 00:00: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이래 지급돼 온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 환산하는 것인 만큼 시행령 개정이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연착륙 지원 방안을 발표한 경제활력대책회의 자리에서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언뜻 “일하지 않는데도 임금을 받는 주휴시간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의 의견으로 보기에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느낌이다. 경제 부총리라면 기업들이 왜 이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지, 고민했어야 옳다.

경영계가 반발하는 근본 이유는 올해 16.4%에 이어 내년 10.9% 오르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다. 그렇게 급격한 인상이 아니었다면 주휴시간이 문제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을 주휴시간에도 적용하려니까 기업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 반발이 커졌다. 6·25 직후 가난 속에서 근로자 최저 생계비라도 챙겨주자는 뜻에서 탄생한 주휴수당을 지금도 존속시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이의제기 성격도 있다. 홍 부총리가 “관행이어서 추가 부담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려는 것이다.

대법원도 정부의 주휴시간 행정해석이 무효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그렇다면 지침을 수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지, 사법부 판단을 거스르는 시행령 개정이 옳은 방향은 아닐 것이다. 벌써부터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단기 고용하는 ‘쪼개기 알바’가 횡행하고 있다. 취약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취지가 무색하다.

정부는 어제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2조8000억 원을 포함한 9조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신청 요건 맞추기 등이 까다로워 올해 집행률이 절반에 그쳤다.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정책 실패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려는 땜질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보는 정책 책임자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