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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南北 철도 연결 ‘착공 이벤트’, 비핵화 없이는 딱 여기까지다

입력 | 2018-12-27 00:00:00


남북은 어제 경의선 철도와 동해선 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개성 판문역에서 열었다.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연내 착공식 개최를 상징적으로 이행한 것이다. 어제 착공식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상태이고, 국제사회의 강고한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경협과 공동번영의 미래가 열릴 수 있음을 기약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비핵화가 진전돼 제재가 완화되면 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더욱 단단히 하고, 북측에 경제 발전을 약속함으로써 비핵화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어제 착공식은 실제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착공식이 아니라 훗날을 기약하는 상징적 이벤트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르헨티나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인 1일 기자간담회에서 “착공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착수식”이라고 규정한 바 있듯이 공사 시작은 북의 비핵화 진전에 맞춰 유엔의 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 21일 열린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 유엔 제재 예외 적용을 승인한 것도 행사를 위해 북측으로 반출되는 장비와 물자에 한정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비단 그런 국제사회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나서기 전에 철도·도로 연결 같은 핵심 인프라 지원이 시작되면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할 동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냉철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2020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이행이 끝나는 해다. 김정은으로서도 내년엔 경제 발전의 가시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남북이 끊어진 철길을 잇게 되면 한반도종단철도(TKR) 완성과 함께 북한을 통해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가 가시화된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투입돼 북한의 낙후한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면 북한 경제가 최악의 궁핍과 고립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오직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 닷새 뒤 나올 김정은 신년사에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파격적 제안과 실천방안이 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