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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미세먼지 농도 ‘서고동저’… ‘중-경-삼림’이 갈랐다

입력 | 2018-12-27 03:00:00

농도 짙었던 날도 25개 區별 격차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을 나타낸 17일 낮 12시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공원 반대편 빌딩 숲 사이로 뿌연 하늘이 보이는 가운데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당시 영등포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77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5μg 초과면 ‘나쁨’, 75μg 초과면 ‘매우 나쁨’ 단계다.

같은 시간 강북구의 대기망 측정소가 있는 우이동주민센터 인근에서는 상대적으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실제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59μg으로 영등포구에 비해 18μg가량 낮았다. 올겨울에도 추위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오는 ‘삼한사미(三寒四微·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가 짙은 현상)’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동서(東西)로 갈린 서울의 공기 질

26일 동아일보가 올해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날과 그 전날(총 10일) 서울 25개 자치구의 초미세먼지 수치를 분석한 결과 관악구가 평균 77.54μg으로 농도가 가장 짙었다. 비상저감조치는 전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μg을 초과하고 당일 50μg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 발령된다.

관악구에 이어 구로구(76.72μg) 용산구(76.54μg) 마포구(75.58μg) 영등포구(74.34μg) 순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농도가 가장 옅은 지역은 강북구(57.42μg)로 관악구와 비교하면 평균 20.12μg 낮았다.

서울을 ‘동서’로 구분했을 때 서쪽에 있는 자치구가 동쪽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짙었다. 특히 서울 서남권 7개구(강서 관악 구로 금천 동작 영등포 양천) 가운데 금천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로 대기 영향을 꼽는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서울 이외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많은 영향을 준다. 국외 미세먼지는 주로 중국에서 발생해 서해상으로 넘어오고, 화력발전소나 공장이 많은 인천과 경기 남부, 충청 등은 국내 주요 미세먼지 배출 지역으로 꼽힌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서남권이 고농도 미세먼지에 더 오래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노후 경유차 이동량도 주요 원인

노후 경유차 등 서울시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지역별 격차를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후 경유차는 엔진에서 직접 미세먼지를 배출할 뿐 아니라 2차 생성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을 내뿜는다.

실제 경인로(구로구), 공항로(강서구), 남부순환로(관악구) 등 시외와 연결된 간선도로가 지나는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었다. 안은섭 서울시 운행차관리팀장은 “인천이나 경기 김포 지역에 물류센터가 많아 이곳에서 서울을 오가는 화물차량이 많다”며 “서울시의 노후 경유차 단속에서도 이들 지역에서의 적발 건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고 말했다.

종로나 중구 등 도심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노후 경유차 이동량과 관련이 있다. 도심은 교통량이 많지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후 경유차 진입은 많지 않은 편이다.

고층 빌딩 등 상업시설이 많은 지역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 가능성이 있다. 빌딩의 냉난방을 위한 연소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데다 고층 건물들로 인해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 자체가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같은 고층 건물이라도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상업 지역이 주거 지역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 녹지가 미세먼지 농도 줄여

도시 숲 등 녹지가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도 확인됐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옅은 강북구는 북한산 등 녹지가 많다. 강북구에 이어 두 번째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옅은 광진구 역시 녹지가 많다. 도시 숲은 이산화질소 등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을 흡착(흡수)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종철 남서울대 교수 연구팀 등은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강북구는 활엽수림을 비롯해 녹지가 전체 면적의 45% 이상을 차지한다”며 “도시 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시키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tnf@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