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에 보조금 지급 원치않아… 다른나라들도 세계경찰 美 도와야” 한미협상 시한 앞두고 수위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는 압박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군사협력 비용을 더 받아내겠다는 그의 의중이 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장 연말로 협상 시한이 닥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 파병 장병들과 화상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이 내가 다른 대통령들과는 좀 다른 점”이라며 “왜냐하면 그 누구도 이런 질문들은 던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화상대화를 취재한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며 이에 들어가는 돈을 내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압박은 시한을 고작 나흘 남겨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이달 11∼13일 서울에서 10차 회의를 열고 협상의 최종 타결을 시도했지만 총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되면서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는 주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첫 상대국이다. 그 결과가 향후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