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국회의사당 앞에서 외친 구호다. 청진기를 들어야 할 의사들이 왜 이런 구호를 외쳤을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추진 때문이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이 사법경찰 관리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맞춰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장 병원’을 단속하려면 특사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무장 병원은 수익만을 목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과잉·부실 진료,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2009∼2017년 적발한 사무장 병원 1273곳에 지급한 진료비가 1조8112억8300만 원에 달하지만 환수한 금액은 7.3%(1320억49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재산을 은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다 보니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주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데 발끈한다. 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선 “사무장 병원의 폐해는 복지부나 건보공단의 조사 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점점 시민들은 의료계 주장에 귀를 닫는 모양새다. 의료계 논리가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오진 의사 구속 등을 이유로 수시로 ‘투쟁과 파업’을 외치며 거리시위에 나서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어떤 주장을 하든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이전투구로 보인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사경 도입도 마찬가지다. 의료계가 반대만을 외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사무장 병원을 제대로 단속하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정직한 병원들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의료인은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의사들이 10년 전에도 한 달 1000만 원을 벌었는데, 지금도 한 달 1000만 원을 버는 데 있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으로 의료계가 어려워진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밥그릇 챙기기에만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료계가 어떤 주장을 해도 시민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접근한다면 굳이 ‘개나 소’란 자극적인 말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