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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영일]국궁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입력 | 2018-12-27 03:00:00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큰 활을 잘 쏘는 동쪽의 민족이란 뜻인 동이족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활쏘기는 800회나 지속된 무과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서민부터 왕까지 모두 잘하는 민족적 특징을 가진 특별한 스포츠였다.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를 지나서도 활쏘기는 면면히 명맥을 이어왔고 석호정과 황학정 등 전통 활터에서 국궁은 올림픽 양궁에 기술을 전수해 올림픽에서만 39개의 메달을 따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활쏘기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정체성을 잘 알리고 나타낸 스포츠다. 전통 활터는 한국형 스포츠클럽의 원형이다. 전국의 활터는 모두 380여 개가 있으며 설립된 시기가 명확하고 100년이 넘은 활터도 30여 개가 존재한다. 이러한 활터는 나름대로 각각의 활터 이용과 관련된 규약인 사계와 편사 등 스포츠적인 대회 운영과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국궁은 1928년부터 전국체전 종목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몽골에서 열린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주관의 ‘2018 동북아 무예 포럼’에서 북한의 유네스코 담당 인사와 만나 전통 활쏘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도 이러한 전통 활쏘기 클럽이 있다. 북한에서는 활쏘기가 국가비물질문화(무형문화재)로 등재돼 있으며 활 만드는 궁장(弓匠)과 화살 만드는 시장(矢匠)도 등록문화재로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활쏘기는 국가문화재도 아니고 일부 지역문화재로만 등재돼 있다. 그런 점에서 활쏘기 문화의 모습이 잘 담겨 있고 한국형 스포츠클럽의 원형인 전통 활터의 사계와 편사 등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국궁을 등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전통 활쏘기가 어느 정도 활성화돼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면 북한과 공동으로 등재하면 남북 화해에 좋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2032년 올림픽 공동 유치를 하자고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밝혔다. 그동안 수많은 남북 스포츠 교류가 있었지만 평창 겨울올림픽만큼 의미가 있었던 때가 없었다. 국궁을 먼저 국가문화재로 등재하고 나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할 때다. 내년 전국체전 100주년 행사에 북한 국궁 선수들이 참여하는 등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