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조계 진보의 대모 긴즈버그, 젊은시절 성차별 극복 과정 다뤄
진보 성향이 강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을 그린 영화가 25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했다. 여배우 펄리시티 존스가 분한 젊은 시절의 긴즈버그 대법관(가운데)이 남성들로 가득한 엘리베이터에서 걸어나오는 장면. 파라마운트 영화 홍보 영상 캡처
영화 제목은 ‘On the Basis of Sex’(성별에 의거해). 미국 성차별 관련 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는 주로 긴즈버그 대법관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1956년 하버드대 법대 입학생 560명 중 9명에 불과한 여성 중 한 명이었던 긴즈버그 대법관이 남성 교수와 동료 학생들의 차별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전반부를 이룬다. 후반부는 그녀가 법대를 수석 졸업했지만 받아주는 로펌이 없어 럿거스대 법대 교수로 취직한 뒤 성차별 관련 소송에서 잇달아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올해 초부터 미국에서 불고 있는 ‘긴즈버그 열풍’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5월 긴즈버그 대법관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RBG’가 개봉해 좋은 흥행 성적을 올렸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뚜렷하게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미국인들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 통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을 눈엣가시로 여기면 여길수록 긴즈버그의 인기는 상승해 ‘팝컬처 아이콘’으로까지 등극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긴즈버그 대법관이 직접 저술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자서전 4종, 법률서 5종, 동화책 3종이 발간됐으며 그녀가 그려진 티셔츠와 쿠션도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