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북한 당국이 웜비어 가족에게 5억113만달러(약 564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미국 법원의 의견서(memorandum opinion)가 공개됐다.
27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소송을 담당한 하월 판사는 24일 공개한 의견서에 웜비어가 사망한 것은 북한의 고문 때문이라며 “전문가(주치의)가 내린 결론은 북한이 고의적으로 웜비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데 있어 필수적인 증거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월 판사는 의견서에서 웜비어의 발에 큰 상처가 있다는 점과 치아 위치가 바뀌었다는 주치의의 진술도 인용했다. 그는 “웜비어의 발에 전기충격이 가해지거나, 펜치를 사용해 치아 위치를 바꿨다는 증거가 있다”고 명시했다.
앞서 웜비어의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는 지난 10월 재판부에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며 “웜비어의 사인은 뇌 혈액 공급이 5분~20분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캔터 박사는 북한 측이 주장한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 중독 증상은 웜비어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보내온 뇌 촬영 사진을 근거로 웜비어의 뇌 손상 시점을 2016년 4월로부터 몇 주 전으로 추정했다. 이미 억류 기간의 상당 기간을 병상에서 보냈다는 뜻이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북한 당국은 그해 3월 웜비어에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했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웜비어는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지난 24일 하월 판사는 웜비어 부모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 4억5000만달러, 웜비어 개인·부모의 위자료 각 1500만달러, 웜비어가 미국에 돌아온 후 발생한 의료비 9만6375달러 등 5억113만달러를 북한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는 이어 웜비어 가족에게 큰 액수의 배상금을 책정한 이유로 “고문이나 인질 억류로 인해 피해를 본 가족은 일반적으로 단일 공격으로 인한 피해 가족보다 더 큰 배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