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매월 쪼개 지급하면 되지만…노조 합의 없으면 불가능 자동차산업협회 “고임금 구조만 가중, 車업계 생존 위기”
고임금·저생산성 문제에 시달리던 자동차 업계가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자동차 산업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면 생존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개정안 시행으로 연봉 7000만원에 가까운 고임금 근로자 상당수도 최저임금 위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자동차 업계가 제도 개정 재검토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27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가상시급 계산에 반영할 경우 국내 완성차 5개사 근로자 중 9000여명이 최저임금 위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곳의 근로자는 월 185만원(법정주휴 및 약정휴일수당 포함)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여기에 추가로 받는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평균 156만3000원을 더 수령한다. 물론 상여금은 매월 지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된다.
156만3000원은 전체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 월 평균 받아가는 수당을 추산한 값이다.
또 해당근로자는 시간외 수당과 성과급을 더해 사실상 월 94만3000원을 더 받는다. 이를 더한 월 평균 환산 급여는 569만2000원이다. 실제 연봉은 7000만원에 가까운 6830만4000원에 달한다.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최저임금 산입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단을 위한 가상시급 계산에 필요한 월 기준금액은 160만원이다. 기본급 185만원에서 약정휴일 수당을 제외한 값이다.
연봉 7000만원의 고소득 완성차 근로자가 수치상 최저임금도 못 받는 범주에 포함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협회는 이같은 범위에 속하는 근로자만 국내 완성차 5개사에서 9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완성차 5개사의 임금총액은 11조 6251억원이다. 최저임금 위반대상인 9000여명의 급여를 조정하면 지난해 임금 총액 대비 6%에 달하는 70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상여금이 매월 지급되는데 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상여금을 매월 쪼개 나눠 지급해 이를 최저임금 산입대상으로 삼으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간단하지가 않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국내 완성차 노조가 이런 방안에 동의할 리 없어서다. 오히려 기본급을 올려 최저임금 위반을 해소하라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호봉제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는 완성차 업계의 전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했을 때 고임금·저생산 구조만 가중되는 결과만 빚을 수 있다.
산업경쟁력은 뒷걸음치고 있는데 인건비는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9072만원으로 2005년 대비 81.1% 올랐다. 폭스바겐(6만5051유로·8303만원), 도요타(832만엔·8390만원)의 연간 평균임금에 비해 높다.
이같은 임금구조에도 경쟁국 대비 생산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보다 높아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협회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이 96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도요타 임금 대비 1300만원가량 더 높은 수준이다. 시행령 개정안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협회 관계자는 “고비용?저효율의 생산구조로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인건비가 추가 상승하면 산업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법여지가 큰 만큼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