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지속된 김태우 사태 출구전략 모색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새해 국정운영 부담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8.12.11/뉴스1 © News1
“불필요한 공방전보다는, 1차 수사가 종료돼서 사실관계의 윤곽이 드러나면 기꺼이 국회에 가서 충실히 답변하겠다고 한다. 검찰이 오늘 청와대를 압수수색했고, 수사가 진행 중인데 지금 (국회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
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요구받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최근 전한 말이다.
검찰 1차 수사가 종료되면 국회에 출석하겠다는 뜻으로, 당장 운영위에 출석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일명 김용균 법(산업안전보건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서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참석과 김용균 법 처리가 맞물려 있어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이렇게 지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반 관련 수사가 이제 시작돼 피고발인 신분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나 제2의 김용균, 제3의 김용균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병도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의 뜻을 전화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결국 김용균법 통과를 위해 문 대통령이 조국 수석의 등을 떠민 격이 됐다. 그러나 조국 수석의 국회 출석 이면에는 이게 다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6급 주사 ‘김태우의 난’의 출구전략에 본격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연일 김태우 의혹 총공세에 나서며 국회 운영위 소집, 특검, 국정조사 등으로 몰아치며 청와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며 전면전에 나설 태세를 보였다.
더구나 김태우 사태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청와대로선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태우 사태가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경우 문 대통령의 새해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 운영위 소집과 조국 수석 출석으로 연내에 김태우 건을 털고 가자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서 제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조국 수석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조 수석은)‘ 준비를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대통령께서도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태우 사태 초기인 지난 5일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