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채은성은 대기만성형 타자다. 긴 연습생 시절의 설움을 딛고 2018시즌 LG의 신흥 해결사로서 커리어 하이를 작성한 그는 자신의 응원가 속 가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채은성(28)의 2018시즌은 누구보다 빛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이정표를 줄줄이 세웠다. 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119타점, 우타자 한 시즌 최다 175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넌 빛나고 있어’, ‘주인공은 바로 너’와 같은 자신의 응원가 속 가사들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내 응원가를 정말 좋아한다. 정말 신나는 노래라 평소 원곡으로도 자주 들으며 흥얼거리곤 한다”는 채은성도 “팬들의 큰 응원에 정말 소름이 돋고,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한다.
최고의 시즌을 장식한 뒤 결혼을 통해 평생의 동반자까지 얻은 채은성의 야구 인생에도 오르막길이 쭉 펼쳐진다. 2019년을 앞두고 다부진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났다.
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 현수 형이 꿈에도 나왔다니까요?
-‘김현수 헬스클럽’의 최고 모범생으로 꼽힌다.
-김현수를 대신해 4번 타순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따로 들은 이야기가 있나?
“당시엔 형이 ‘똑바로 안친다. 너 때문에 졌다’면서 장난 섞인 말들을 참 많이 했다. 팀으로서도 힘들고, 형이 정말 필요한 시기였던 까닭에 본인이 더 안타까워했다. 시즌 중에 한 번은 현수 형이 꿈에 나와 잔소리를 해서 깜짝 놀라 깬 적도 있다. ‘왜 공을 잡을 수 있는데 똑바로 잡지 않느냐’면서…. 수비를 잘 못하니 평소에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형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그래도 다 잘되라는 뜻 아닌가.”
-곁에서 지켜보면 어떤 사람인가?
“현수 형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슈퍼스타다. 대기록을 세운 박용택 선배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는 것이 없다. 그러니 그 위치까지 올라 멋지게 야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 창피함에서 자부심이 된 연습생 시절
-힘든 시절을 잘 견뎠다.
“솔직히 꿈만 같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는 자부심 하나는 있다. 연습생 시절 야구를 하면서 세 자릿수 번호를 처음 달아봤는데, 당시엔 창피해서 유니폼도 잘 안 입고 다녔다. 똑같이 밥 먹고, 야구를 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창피했던 그 시절,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노력했고, 잘하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 같다.”
-야구를 관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나?
-이젠 가족들이 정말 기뻐할 것 같다.
“나의 힘든 시절을 봐왔기 때문에 부모님부터 장인어른, 장모님 모두 정말 좋아하신다. 어머니는 내가 20홈런을 치던 날 눈물을 흘리셨다. ‘살다보니 이런 일이 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온다’고.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시니까. 나로서도 ‘열심히 했구나’ 싶고, 뿌듯하다.”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 확신과 자신감을 안겨준 2018시즌
-2018시즌을 통해 자신감과 부담감 중 어떤 쪽이 더 늘었나?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것들을 나도 할 수 있다는데서 자신감을 많이 느꼈다. 2017년에는 야구를 못하면 밥도 못 먹고, 새벽 5~6시까지 잠도 못 잤다. 한 번 못하면 금세 조급해졌다. 올해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시즌을 준비하며 지금껏 가장 몸이 잘 만들어졌고, 시즌 초 1할을 칠 때도 마음이 후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 전혀 후회가 남지 않았다. 또 감독님께서 꾸준히 기회를 주셨고, 덕분에 그 시간들을 잘 이겨냈다. 내가 홈런을 20개 넘게 칠거라고 누가 예상 했겠나. 나도 몰랐다. 많이 신기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는 변화보다 유지에 초점을 둘 것 같다.
“2016년 좋은 성적을 낸 뒤 2017년에 변화를 많이 줬다. ‘더 잘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예 뼈대를 바꿨다가 내 것을 모두 잃어버렸다. 신경식 코치님께서 2017년 마무리캠프에서 따로 조언을 해주셨다. 일단 좋은 기둥을 갖춰야 거기에 살을 붙였을 때 시너지가 있는 거라고.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연습을 할 수 있게끔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올 시즌을 겪어보니 코치님의 말이 맞았다. 이제는 좋은 것을 유지하면서 한 시즌 동안 체력적으로 잘 버틸 수 있도록 몸을 더 단련해야한다.”
“항상 ‘퐁당퐁당’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좋은 성적을 낸 다음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 열심히 준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년엔 팀 성적도 내야한다. 여러모로 중요한 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