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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대기만성’ LG 채은성이 말하는 김현수 그리고 연습생

입력 | 2018-12-28 09:30:00

LG 트윈스 채은성은 대기만성형 타자다. 긴 연습생 시절의 설움을 딛고 2018시즌 LG의 신흥 해결사로서 커리어 하이를 작성한 그는 자신의 응원가 속 가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채은성(28)의 2018시즌은 누구보다 빛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이정표를 줄줄이 세웠다. 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119타점, 우타자 한 시즌 최다 175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넌 빛나고 있어’, ‘주인공은 바로 너’와 같은 자신의 응원가 속 가사들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내 응원가를 정말 좋아한다. 정말 신나는 노래라 평소 원곡으로도 자주 들으며 흥얼거리곤 한다”는 채은성도 “팬들의 큰 응원에 정말 소름이 돋고,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한다.

최고의 시즌을 장식한 뒤 결혼을 통해 평생의 동반자까지 얻은 채은성의 야구 인생에도 오르막길이 쭉 펼쳐진다. 2019년을 앞두고 다부진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났다.

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 현수 형이 꿈에도 나왔다니까요?

-‘김현수 헬스클럽’의 최고 모범생으로 꼽힌다.


“나는 그냥 1호 회원이다(웃음). 올해 현수 형에 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곽현희 코치님이 권유를 해주셔서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당시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워낙 긍정적이고, 늘 파이팅이 넘치는 형이라 좋은 효과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비 시즌 운동의 강도는 또 다르더라. 첫 훈련을 하고나선 팔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머리도 못 감았다.”

-김현수를 대신해 4번 타순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따로 들은 이야기가 있나?

“당시엔 형이 ‘똑바로 안친다. 너 때문에 졌다’면서 장난 섞인 말들을 참 많이 했다. 팀으로서도 힘들고, 형이 정말 필요한 시기였던 까닭에 본인이 더 안타까워했다. 시즌 중에 한 번은 현수 형이 꿈에 나와 잔소리를 해서 깜짝 놀라 깬 적도 있다. ‘왜 공을 잡을 수 있는데 똑바로 잡지 않느냐’면서…. 수비를 잘 못하니 평소에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형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그래도 다 잘되라는 뜻 아닌가.”

-곁에서 지켜보면 어떤 사람인가?


“현수 형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슈퍼스타다. 대기록을 세운 박용택 선배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는 것이 없다. 그러니 그 위치까지 올라 멋지게 야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 창피함에서 자부심이 된 연습생 시절

-힘든 시절을 잘 견뎠다.


“솔직히 꿈만 같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는 자부심 하나는 있다. 연습생 시절 야구를 하면서 세 자릿수 번호를 처음 달아봤는데, 당시엔 창피해서 유니폼도 잘 안 입고 다녔다. 똑같이 밥 먹고, 야구를 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창피했던 그 시절,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노력했고, 잘하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 같다.”

-야구를 관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나?


“군대에 다녀와서 딱 한번 있었다. 포수를 볼 때였는데, 입스에 걸려 대학생과 경기를 하는데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 너무 창피했다. 하루에 공을 얼마나 많이 던졌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풀리질 않아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전화를 해 말씀을 드렸다. ‘야구를 정말 하고 싶지만, 아마 올해가 마지막 일 것 같다’고. 지금의 아내가 당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편하게 하라’면서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그 때 야구를 정말 잘 한 뒤에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젠 가족들이 정말 기뻐할 것 같다.

“나의 힘든 시절을 봐왔기 때문에 부모님부터 장인어른, 장모님 모두 정말 좋아하신다. 어머니는 내가 20홈런을 치던 날 눈물을 흘리셨다. ‘살다보니 이런 일이 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온다’고.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시니까. 나로서도 ‘열심히 했구나’ 싶고, 뿌듯하다.”

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 확신과 자신감을 안겨준 2018시즌

-2018시즌을 통해 자신감과 부담감 중 어떤 쪽이 더 늘었나?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것들을 나도 할 수 있다는데서 자신감을 많이 느꼈다. 2017년에는 야구를 못하면 밥도 못 먹고, 새벽 5~6시까지 잠도 못 잤다. 한 번 못하면 금세 조급해졌다. 올해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시즌을 준비하며 지금껏 가장 몸이 잘 만들어졌고, 시즌 초 1할을 칠 때도 마음이 후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 전혀 후회가 남지 않았다. 또 감독님께서 꾸준히 기회를 주셨고, 덕분에 그 시간들을 잘 이겨냈다. 내가 홈런을 20개 넘게 칠거라고 누가 예상 했겠나. 나도 몰랐다. 많이 신기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는 변화보다 유지에 초점을 둘 것 같다.

“2016년 좋은 성적을 낸 뒤 2017년에 변화를 많이 줬다. ‘더 잘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예 뼈대를 바꿨다가 내 것을 모두 잃어버렸다. 신경식 코치님께서 2017년 마무리캠프에서 따로 조언을 해주셨다. 일단 좋은 기둥을 갖춰야 거기에 살을 붙였을 때 시너지가 있는 거라고.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연습을 할 수 있게끔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올 시즌을 겪어보니 코치님의 말이 맞았다. 이제는 좋은 것을 유지하면서 한 시즌 동안 체력적으로 잘 버틸 수 있도록 몸을 더 단련해야한다.”

-2019시즌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항상 ‘퐁당퐁당’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좋은 성적을 낸 다음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 열심히 준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년엔 팀 성적도 내야한다. 여러모로 중요한 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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