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의 미군 기지를 깜짝 방문해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모든 부담을 우리 미국이 져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훌륭한 군대를 이용하면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1차적으로는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내라고 촉구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더 크게 보면 미국 외교정책의 큰 흐름이 되고 있는 신(新)고립주의 경향이 내년에 더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 성향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예고됐다. 그러나 그동안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해 이른바 외교안보의 중심을 잡아주던 ‘어른의 축(axis of adults)’들의 견제로 인해 도발적 발언 차원에 그치곤 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이 곧 국방부를 떠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거칠 것이 없어진다.
그 격랑에서 한반도도 예외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주한미군에 35억 달러나 쓸 이유가 있느냐”며 철군을 주장했다가 매티스 장관이 “미군 주둔은 3차 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해 물러선 바 있다. 한국으로선 이미 난항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가 더 어려워지고, 장차 주한미군의 미래가 도전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향해 가고 있다.
미국의 신고립주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더라도 계속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등의 견제를 위해 미군 해외 주둔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기존처럼 막대한 미국의 자원과 돈을 퍼붓는 것은 민주, 공화 어느 당이 집권해도 불가능하다. 미국민들이 ‘세계의 경찰’ 역할로 인한 인적·재정적 손실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의 역할이 중대한 변곡점에 들어선 지금, 한미동맹의 가치를 확고히 다지면서 외교안보 전략을 총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