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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환경부 기조실장, 올해 초 환경공단 이사장에게 사퇴 요구”

입력 | 2018-12-28 03:00:00

[靑특감반 논란 확산]환경부 ‘블랙리스트’ 파장



© News1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이 26일 공개한 이른바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현재 환경부 차관이 기획조정실장 시절 산하기관장에게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 “환경부의 사퇴 종용 있었다”

한국당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동향 문건)에 등장하는 한국환경공단 전직 임원 A 씨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환경부 기조실장이 전병성 공단 이사장에게 사퇴하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환경부 기조실장은 올해 8월 환경부 차관으로 승진한 박천규 차관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임명된 전 전 이사장은 이달 4일 퇴임했다. 예정된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였다. 사퇴 요청을 받은 올해 1월은 임기가 1년 6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A 씨는 “올해 1월 전 전 이사장이 사표를 내자 공단 내 다른 임원들도 ‘친정(환경부)에서 요구한다’며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올해 초 전 전 이사장을 만나 ‘기관장들은 관례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재신임을 받더라’는 얘기를 했다”며 “관행에 대해 말한 것일 뿐 사퇴를 종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전 이사장 외에도 환경부가 산하기관장과 임원들에게 일괄 사퇴를 요구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A 씨는 “당시 사표를 내기 전 환경부에서 ‘업무추진비를 살펴보겠다’며 감사를 들어왔다”며 “감사를 나온 환경부 직원이 ‘사표 쓰는 걸 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사퇴 압박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동향 문건에 등장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임원 B 씨 역시 “원래 임기가 올해 6월까지인데 1월에 인사 담당 부서로부터 ‘형식적인 절차이니 일단 사표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내야 하는 걸로 생각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B 씨는 사표가 반려돼 임기를 채운 뒤 올해 6월 1년 연장 계약을 해 지금도 공단에 재직 중이다.

○ 6시간 만에 말 바뀐 환경부

환경부는 문건이 처음 공개되자 “해당 문건을 작성한 적도, 청와대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6일 밤 12시 무렵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동향 문건 △대구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직무감찰 결과 △환경부 출신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등 3건의 문건을 만들어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6시간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환경부는 감사관실이 동향 문건의 존재를 상부에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평소 감사관실과 청와대 특감반이 수시로 연락하며 정보를 교환해왔고, 특정 개인의 비위 사실 등이 아닌 일상적인 정보공유 차원이라 여겨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상식 이하의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 최교일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조사단 회의에서 “이미 김 수사관의 요청 이전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고, 김 수사관이 달라고 하니 환경부가 진행 상황을 쭉 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낙하산 인사를 위한 인적청산마저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했다는 것이냐”며 “환경부에서 작성했다는 세 건의 문건 중 공개되지 않은 두 건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한국당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박 차관, 주대형 전 환경부 감사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피고발인들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24명의 전 정권 인사를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해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환경부 외에 교육부 등 타 부처의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문서 작성 지시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추가 문건 확보에 들어갔다.

김철중 tnf@donga.com·김하경·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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