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본회의 통과
故김용균씨 어머니, 안도의 포옹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간사(오른쪽)가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운데)와 포옹하고 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은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해 하청근로자 등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여야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근로자로 일하다가 사망한 김용균 씨 사례와 같은 ‘위험의 외주화’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김용균법’이라고 부른 이유다. 다만 일부 조항은 여론에 떠밀려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산재 발생 시 원청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정했다. 현재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정부안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었지만 처벌이 너무 무겁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가 다소 완화했다.
근로자 사망 사고가 나면 처벌 조항은 현행(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대로 유지하되 5년 이내 재범 시 형의 50%를 더 부과하는 가중처벌 조항도 신설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경영계가 처벌 조항을 한꺼번에 5배로 높이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 대신 법인에 대한 벌금형 상한을 현행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올려 여야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기업이 반도체 공정 등에 쓰이는 물질 목록을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영업비밀로 비공개하는 조항은 정부안대로 통과됐다. 다만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에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런 방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고용부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어서 영업비밀 승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고용부 장관이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작업중지 대상이 불명확해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작업중지 명령은 최소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