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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의 SNS민심]행복의 주머니엔 ‘돈’ ‘성공’ 대신 ‘건강’ ‘여행’

입력 | 2018-12-28 03:00:00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으레 사업이 성공하거나 회사에서 승진을 하거나 집값이 오르거나 돈을 많이 버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온라인에 사람들이 행복과 관련한 글을 남긴 2018년 문서를 살펴보면 행복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먼저 행복과 함께 거론된 단어 중 사람과 관련한 표현을 순서대로 정리해봤다. ‘아이’ ‘가족’ ‘엄마’ ‘친구’ ‘남편’ ‘아기’ ‘아들’ ‘신랑’ ‘아빠’ ‘부모’ ‘부부’ 등 주변 사람들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매일 부대끼며 만나는 가족 구성원이 자신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을 느끼는 사건은 어떤 것일까. ‘성공’은 상위에 들어있지 않다. 한참 아래에 나온다. ‘돈’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많은 것은 ‘여행’이었다. 두 번째는 ‘건강’이었다. 여행할 때, 건강할 때 행복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 ‘선물’ ‘생일’도 많이 나타난다. 눈에 띄는 것은 ‘주말’ ‘카페’ ‘커피’ ‘음식’ ‘노래’ ‘영화’ ‘운동’ ‘산책’ 등이다. 주말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행복을 누리고 있다. ‘소소’도 높게 나타났다. 최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행과 관련된 문서도 별도로 살펴보았는데 ‘세상’ ‘사회’ ‘현실’ ‘인간’ ‘미래’ 등 행복 문서에서는 상위에 나타나지 않는 단어가 많이 발견된다. 가족과 주변의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범위가 확대된 우리 사회, 이 세상, 미래 등을 떠올릴 땐 행복 대신 불행이 더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전 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18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87로 57위에 머물렀다. 1위는 7.63점을 얻은 핀란드였고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호주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기대수명에서는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사회관계나 사회적 자율성(선택의 자유) 항목에서는 95위, 139위에 그쳤다. 사회적 차원의 환경이 행복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2019년엔 불행과 연결되는 사회, 현실, 세상도 행복을 느끼는 단어의 그룹으로 들어오면 좋겠다. 그렇게 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도 더 균형감 있고 안정적이 될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