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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서 조치 늦어져 사망…대법 “병원 배상책임 없어”

입력 | 2018-12-28 13:02:00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한 경우만 위자료 배상책임”



© News1 DB


응급실에서 조치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도 일반인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한 정도가 아니라면 병원이 위자료를 물어낼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원 치료 중 사망한 유모씨(당시 22세)의 부모가 A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과 B대학병원을 운영하는 C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혼수상태에 이를 때까지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지체했대도,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한 것으로 평가될 정도가 아니라면 A병원의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1,2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에서 유씨 치료가 3시간 정도 늦어진 것을 치명적 범실(실책)로 보기 어렵고, 유씨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악성신경이완증후군이 일부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질병이란 견해를 밝힌 점을 들어 “A병원 의료진이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를 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두통·구토 등 증상으로 2011년 2월18일 A병원 응급실을 찾아 구토 치료제를 처방받고 증세가 호전돼 귀가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9일 같은 증상으로 다시 응급실에 내원했고, 의료진은 앞서 한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는 이유로 유씨를 일반병실에 입원시켰다.

이후 유씨는 2차 내원 3시간여만에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다시 혈액검사 등 조치를 했는데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의료진은 유씨를 B대학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유씨는 결국 같은해 3월 사망했다.

유씨 부모는 이에 A병원과 B대학병원 과실로 아들이 사망했다며 위자료 각 51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병원 의료진이 유씨가 혼수상태에 빠지기까지 적절한 검사·처치를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면서도 “과실과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B대학병원에 대해서도 과실이나 치료지연으로 증상이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1심을 깨고 A병원에 부모에게 각각 2000만원씩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어 “과실과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대도, 유씨가 의식을 상실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치료기회조차 갖지 못하도록 한 건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