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청교육대 훈련(동아일보)
법원이 전두환 정부시절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가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확정받은 과거사 피해자가 낸 재심청구를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8일 계엄법위반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A 씨가 낸 재심청구 재항고심에서 ‘재심사유가 있다’는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A 씨는 1980년 8월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내린 계엄포고 13호에 따라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돼 근로봉사대원으로 노역하다가 탈출한 혐의(계엄법 위반)로 기소돼 1981년 징역 10개월을 확정받았다.
이에 A 씨는 부산지법 항고부에 항고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가 옛 계엄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하고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무효”라며 재심청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대법원은 “구 계엄법 제13조는 위법하여 무효이므로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라며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A 씨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동요 우려가 있는 시민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그 발령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옛 계엄법 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