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레이더 갈등’ 격화 13분 분량… 기장-승무원 대화 담겨 거리-고도 등 쟁점은 ‘자막’으로 넣어 日초계기 우리 함정 상공 150m 접근… 일각 “지지율 급락 아베, 국면전환용”
일본 방위성은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논란과 관련해 28일 당시 P-1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일본 방위성이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은 약 13분 분량. 영상에는 초계기가 해군 구축함을 발견하고 두 차례 다가갈 무렵 ‘띠띠띠’ 하는 경보음과 함께 승무원이 “나오고 있다. FC계(화기통제레이더) 나오고 있다”, “피하는 게 낫겠다”라고 말한 음성이 실렸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은 이날(2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당시 날씨가 좋은 상태여서 어선의 모습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한국 구축함이) 모든 레이더를 전개할 필요는 없었다고 느낀다”고 주장했다. 방위성은 원본 영상을 편집해 화면 왼쪽 상단에는 ‘국제법을 준수하는 고도와 거리 이상으로 비행’ 등의 문구를 넣었다.
국방부는 ‘일방적 행태’ ‘사실관계 호도’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일본의 동영상 공개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일 군 당국 간 실무화상회의를 연 지 하루 만에 일방적 주장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 한일관계를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일본이 영상 공개라는 초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을 놓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치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다자회의에서도 별도 회동을 갖지 않는 등 정상 간 소통 채널까지 꽉 막히면서 양국 간 신뢰에 커다란 금이 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본의 과도한 대응에 대해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민정책에 대한 반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갈등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태 발생 이후 우리의 거듭된 해명에도 일본이 적반하장식 과잉대응으로 논란을 증폭하는 배경엔 다른 의도가 농후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에선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6월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7월 도쿄 올림픽을 감안하면 일본도 상황을 악화시키기에는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