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자연사박물관 황당 사고
관람객 쓰러지고… 3층은 ‘소화가스’ 자욱 28일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화재진압용 소화약제 누출사고로 쓰러진 관람객을 직원 3명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위 사진). 사고가 발생한 3층 복도는 소화약제로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린 상태다(아래 사진).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 ‘3’ 버튼 잘못 눌러 대혼란
연말을 맞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가족들을 덮친 사고는 소방시설 점검업체의 황당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점검업체 직원이 지하 1층에서 소방시설 작동 기능을 점검하다가 3층의 소화시설을 작동시키는 ‘3’ 버튼을 실수로 눌렀다고 한다. 당시 박물관 직원이 옆에 있었지만 실수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업체 직원이 작동 버튼을 누르자 3층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가스형 소화약제 ‘NAF S-Ⅲ’가 당시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을 덮치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3층 관람객 13명은 뿌연 가스에 갇혀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3층에 있던 관람객 일부는 가스를 마시고 실신했다. 구조된 13명 중 7명이 두 살배기 외국인 어린이 등 7세 이하 영·유아였다. 이들은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어지럼증과 어깨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가 점검했는데도 이런 황당한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이 소방시설 점검업체의 인력 운용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리사들은 전문적인 인력이라 실수가 덜하지만 보조 인력이 실수해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 “기준치 이상 흡입하면 부작용 있어”
박물관 3층을 덮친 소화약제 ‘NAF S-Ⅲ’는 청정 소화약제라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 소화약제는 가스 형태로 돼 있어 불을 끌 때 이물질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약제로 인한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박물관에서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상 소화약제를 흡입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출된 사람들이 구토나 현기증을 호소했다면 약제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을 초과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색무취한 약제의 누출을 방지하려고 넣는 오렌지향이 나는 부취제가 몸에 묻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서는 오렌지향이 진동했다. 당시 3층에 있었던 A 씨는 “가스 때문에 옷에도 얼룩이 지고 냄새도 빠지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