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CNN’ 알자지라 수아그 사장 단독 인터뷰
모스테파 수아그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 사장이 15일 카타르 도하 셰러턴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면서 글로벌 미디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도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카타르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의 모스테파 수아그 사장의 이 한마디 말 속에 알자지라가 1996년 설립된 이후 ‘중동의 CNN’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이유를 느끼게 했다. 알자지라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뒤 주범으로 지목된 사우디 출신의 오사마 빈라덴을 단독 인터뷰해 중동에서는 압도적인 취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음을 과시했다.
수아그 사장은 15일 카타르 도하 셰러턴 호텔에서 열린 ‘도하 포럼 2018’ 행사 중 동아일보, 르몽드, 포브스 기자와 만났으며 동아일보는 별도로 보충 인터뷰를 했다. 수아그 사장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교 사태로 알자지라도 취재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단교를 주도한 나라들에서 발생하는 뉴스 현장에 갈 수 없다는 게 큰 제약이다. 이 나라들은 중동에서 규모가 크고 취재 비중도 큰 중요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늘 어려움을 겪어 왔다. 비판적인 보도로 지국이 폐쇄당한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서구에선) 아랍국 편을 든다는 오해도 받았다. 심지어 알자지라가 ‘테러를 촉진시킨다’고 표현한 미국 정치인도 있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지금도 우리의 활동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알제리 출신이지만 알제리는 아직 알자지라의 활동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알자지라는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했다. 그만큼 어려움 속에서 일하고, 성과를 내는 데 익숙하다.”
―단교를 주도한 나라들이 알자지라에 대한 불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단교 전후 언제든 알자지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다는 방침을 버린 적이 없다. 알자지라를 폐쇄하려는 이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거울을 부숴 버리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단교 전에도 알자지라의 취재를 막고 싶어 했다. 예전에는 알자지라 보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자국 주재 카타르 대사에게 강하게 항의한 나라도 있다. 독립 언론사의 보도를 가지고 그 나라 대사한테 항의하는 건 적합한 조치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행동은 자유 언론의 의미를 모르고, 언론사가 자국 정부에 유리한 보도만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수아그 사장은 “알자지라는 카타르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보도는 자유롭게 하는 독립 언론사”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를 경영하는 이사회의 회장은 왕실 구성원 중 한 명이 맡고 있지만 회사 운영의 핵심인 보도와 제작은 독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취재하는 게 특별히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들어 펜타곤(미 국방부)에 알자지라가 출입하면서 취재할 수 있게 됐다. 알자지라 방송을 계속 본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알자지라에 대한 반감이나 편견이 적다. 아랍 국가들과 적대적인 이스라엘에서도 우리 기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매우 큰 지국들을 운영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특정 보도에 대해 화를 내고 비판한 적도 있지만, ‘알자지라가 잘못됐다’는 식으로는 말하진 않는다. 알자지라에 대해 강한 반감이 있거나, 아예 거부하는 이들일수록 우리 뉴스를 제대로 안 본 경우가 많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수도인 라말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활동지역인 가자지구에서도 지국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계획은….
카타르 도하의 알자지라 본사. 건물 로고는 서예 기법을 통해 아랍어로 알자지라를 표현한 것이다. 알자지라 제공
―아시아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아시아에 많지 않다. 가령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많다. 아시아 국가들, 특히 민주주의 체제인 나라들 중에서도 알자지라 보도가 비판적이고, 민감한 사안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나라는 우리 기자에게 방문 비자도 안 내줬다. 또 다른 나라는 비정치 이슈와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려는 취재팀에 대해서도 당국이 계속 감시를 했다.”
―한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 언론 환경이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그러나 4년 전 한국을 방문했고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약간 언급을 꺼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 차원에서 앞으로 중점적으로 보도하려는 이슈가 있는지….
“알자지라는 인권에 관심이 많다. 자유인권센터란 조직을 운영하며 관련 뉴스를 발굴해 적극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언론 자유와 기자 탄압에 대해서도 적극 보도할 계획이다. 언론 탄압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 기자인 마흐무드 후세인은 지금도 이집트에 2년째 붙잡혀 있다.”
―기자 채용이나 인력 운용에서 중시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현재 알자지라에는 96개 국적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카타르 도하 본사에도 50개국 이상에서 온 구성원들이 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출신 국가, 종교, 사상에 대해 묻지 않고, 언론인으로서의 자질과 성과만 보는 문화가 잘 뿌리내려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분쟁과 사고 재난 현장에 대한 취재도 많다. 이 때문에 안전을 항상 강조한다. 현장 밀착 보도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안전부터 생각해야 한다. 기사는 오늘 보도 못 하면 내일 보도해도 된다. 하지만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카타르가 중동의 교육 문화 중심지가 되겠다는 비전을 마련한 직후 설립된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는 이 나라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가 됐다. 알자지라는 ‘카타르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 카타르의 관광지에선 알자지라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머그잔 같은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카타르와 단교한 국가들은 단교 해제 조건 중 하나로 알자지라 폐쇄를 내걸고 있다. 수아그 사장과 인터뷰하면서 복잡한 중동 정세가 알자지라의 취재 보도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도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