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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데 쓴 돈, 소득보다 3배 빨리 불어… 서민 허리 휘청

입력 | 2018-12-31 03:00:00

정부, 2017년 가계 금융 조사
실제 쓸수 있는 돈의 3분의 1, 원리금 상환에 쏟아 부어
금리 올라 이자 부담 더 늘어… 가계 빚부담 갈수록 커질듯




지난해 빚이 있는 가구가 원리금을 갚는 데 쓴 금액이 소득보다 3배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에 기준금리가 다시 오르면 대출금리가 인상돼 서민의 빚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7년 빚이 있는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이 1637만 원으로 1년 만에 8.1% 증가했다. 그러나 해당 가구의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은 5271만 원으로 같은 기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압도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1.1%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에서 3분의 1가량을 빚을 갚는 데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부채 보유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2011년 887만 원으로 1000만 원에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빚의 총량이 급증했고, 이들 가구의 상환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가 금융권의 가계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부채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놨지만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1년 만에 인상된 데 이어 내년에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부채 규모의 증가 속도는 꺾일 수 있지만 빚 있는 가구의 상환액은 더 늘어난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와중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높아 대출금리가 상승할 때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비은행 대출, 신용대출을 많이 보유한 취약 차주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악성 부채가 상환 불능에 빠지지 않게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낮추는 금융상담과 교육을 강화하고 일자리 문제를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내년도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아 가계소득이 늘기 힘든데 원리금 상환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 버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