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7년 가계 금융 조사 실제 쓸수 있는 돈의 3분의 1, 원리금 상환에 쏟아 부어 금리 올라 이자 부담 더 늘어… 가계 빚부담 갈수록 커질듯
30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7년 빚이 있는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이 1637만 원으로 1년 만에 8.1% 증가했다. 그러나 해당 가구의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은 5271만 원으로 같은 기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압도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1.1%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에서 3분의 1가량을 빚을 갚는 데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와중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높아 대출금리가 상승할 때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비은행 대출, 신용대출을 많이 보유한 취약 차주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악성 부채가 상환 불능에 빠지지 않게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낮추는 금융상담과 교육을 강화하고 일자리 문제를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내년도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아 가계소득이 늘기 힘든데 원리금 상환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 버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