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미생물 활용 플라스틱 분해 성과 잇따라
육지를 넘어 바다까지 진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생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이 시급해진 이유다. 블루픽셀이미징 제공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의 역습을 막을 대안으로 미생물이 만드는 친환경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이미 옥수수나 감자 등 식물과 미역 등 조류에서 원료를 뽑는 친환경 플라스틱이 있지만, 식물을 키우거나 원료를 추출할 때 오염물질이 발생했다. 미생물은 그런 염려가 없었다.
알렉산더 골버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환경학과 교수팀은 미역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미생물을 찾아 국제학술지 ‘생물자원기술’ 24일자에 발표했다. 바닷속에서 미역을 먹고 살아가는 ‘할로페락스 메디테라네이’라는 미생물이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라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미생물을 이용하면 마치 염전에서 소금을 얻듯 바다에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골버그 교수는 “이스라엘은 다른 국가처럼 농지와 담수가 풍부하지 않아 식물을 키워 플라스틱을 만들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바다에서 만드는 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거꾸로 석유로 만든 기존의 폐플라스틱을 미생물로 분해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2016년 요시다 쇼스케 일본 교토대 연구원팀이 재활용 폐기물 시설 부근에서 우연히 PET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효소 두 개를 분리해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이상엽 교수는 올해 1월 이 미생물 효소의 구조를 밝혀 PET를 분해하는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이용해 분해 효율을 36시간 동안 32.4%까지 높이는 데 성공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존 맥기헌 영국 포츠머스대 생명과학대 교수 역시 이 미생물이 지니는 분해 효소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PET 분해 성능을 개선해 4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 교수의 연구는 플라스틱 제조와 분해를 모두 아우르며 올해 과총 10대 국내 과학기술 뉴스의 연구개발 성과 부분 1위에 올랐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 산업이 친환경 화학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신영 ashilla@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